신종플루 완치진단서 발급에 거점병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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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0일 15시 16분


부쩍 늘어난 환자로 복잡한 신종플루 진료소 수납창구 모습. 우경임 기자
부쩍 늘어난 환자로 복잡한 신종플루 진료소 수납창구 모습. 우경임 기자
"아이가 벌써 10일째 결석인데 학교에서 신종 인플루엔자가 완치됐다는 소견서를 받아오래요."(학부모)

"완치 소견서는 따로 없고 진료 받고 진단서를 받아가세요."(병원)

송 모 씨(42·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벌써 12일째 학교를 쉬고 있다. 18일 39도가 넘는 고열로 응급실을 찾았고 다음날 신종 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 송 씨 아들은 항바이러스제를 5일간 복용하고 증상이 사라졌지만 등교를 하지 못 했다. 학교에 등교 여부를 문의하자 신종 플루 완치 소견서를 병원에서 발급받아 올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29일 병원을 다시 찾아 '신종 플루 확진 받고 치료를 마쳤으며 발열이 없어진 뒤 24시간이 지나면 등교할 수 있습니다'는 내용의 의사의 진단서를 받았다.

29일 서울 S대학병원 어린이 병동은 신종 플루가 완치됐다는 진단서를 발급받으려는 학부모로 종일 북적였다. 이 병원은 28일 하루 동안 80여 통의 신종 플루 진단서를 발급했다. 이 때문에 담당 부서는 일상적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원래 진단서는 병명을 확인하는 목적의 서류로 '완치 소견서'라는 것은 따로 없다. 학부모들의 요구가 쏟아지자 의사들이 고육지책으로 '신종 플루 증세가 호전되어 등교할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를 5일간 복용했고 증상이 사라졌다'는 진찰 내용을 담아 진단서를 떼어 주고 있는 것이다.

완치됐다는 진단서를 받으려면 다시 한 번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초등학생 자녀의 진단서를 발급받으러 왔다는 김 모 씨(31·서울 양천구)는 진단서를 발급받으려면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안내 직원에 말에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김 씨는 "신종 플루 치료비 외에 진료비와 진단서 발급비용 2만 5000원을 또 냈다"며 "신종 플루 환자가 매일 5000명 씩 나온다는데 학교가 완치 소견서를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씨는 "그래도 아이가 학교에 못 가면 진도를 못 따라 갈까봐 진단서를 받으러 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하루 10건 이내이던 진단서 발급 건수가 이번 주 들어 하루 100통 이상으로 늘었다. 업무가 폭주하자 27일부터 응급실 앞에 진단서 발급 창구를 따로 만들었다. 중앙대 용산병원은 매일 50~60통씩 진단서를 발급하고 있다.

의사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부쩍 늘어난 환자를 보기도 바쁜데 일일이 진단서까지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S대학병원 소아과 의사 김 모 씨는 "신종 플루 사태 전에는 완치 소견서라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며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에 완치됐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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