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벌써 10일째 결석인데 학교에서 신종 인플루엔자가 완치됐다는 소견서를 받아오래요."(학부모)
"완치 소견서는 따로 없고 진료 받고 진단서를 받아가세요."(병원)
송 모 씨(42·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벌써 12일째 학교를 쉬고 있다. 18일 39도가 넘는 고열로 응급실을 찾았고 다음날 신종 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 송 씨 아들은 항바이러스제를 5일간 복용하고 증상이 사라졌지만 등교를 하지 못 했다. 학교에 등교 여부를 문의하자 신종 플루 완치 소견서를 병원에서 발급받아 올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29일 병원을 다시 찾아 '신종 플루 확진 받고 치료를 마쳤으며 발열이 없어진 뒤 24시간이 지나면 등교할 수 있습니다'는 내용의 의사의 진단서를 받았다.
29일 서울 S대학병원 어린이 병동은 신종 플루가 완치됐다는 진단서를 발급받으려는 학부모로 종일 북적였다. 이 병원은 28일 하루 동안 80여 통의 신종 플루 진단서를 발급했다. 이 때문에 담당 부서는 일상적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원래 진단서는 병명을 확인하는 목적의 서류로 '완치 소견서'라는 것은 따로 없다. 학부모들의 요구가 쏟아지자 의사들이 고육지책으로 '신종 플루 증세가 호전되어 등교할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를 5일간 복용했고 증상이 사라졌다'는 진찰 내용을 담아 진단서를 떼어 주고 있는 것이다.
완치됐다는 진단서를 받으려면 다시 한 번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초등학생 자녀의 진단서를 발급받으러 왔다는 김 모 씨(31·서울 양천구)는 진단서를 발급받으려면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안내 직원에 말에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김 씨는 "신종 플루 치료비 외에 진료비와 진단서 발급비용 2만 5000원을 또 냈다"며 "신종 플루 환자가 매일 5000명 씩 나온다는데 학교가 완치 소견서를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씨는 "그래도 아이가 학교에 못 가면 진도를 못 따라 갈까봐 진단서를 받으러 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하루 10건 이내이던 진단서 발급 건수가 이번 주 들어 하루 100통 이상으로 늘었다. 업무가 폭주하자 27일부터 응급실 앞에 진단서 발급 창구를 따로 만들었다. 중앙대 용산병원은 매일 50~60통씩 진단서를 발급하고 있다.
의사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부쩍 늘어난 환자를 보기도 바쁜데 일일이 진단서까지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S대학병원 소아과 의사 김 모 씨는 "신종 플루 사태 전에는 완치 소견서라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며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에 완치됐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