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교장의 패션 감각 얘기했다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3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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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싸이월드와 같은 소셜 네트워킹사이트에 교사들 흉을 보는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을 처벌해야 할까.

최근 영국의 한 중고교 교장(여)이 이와 같은 학생들에게 정학 처분을 내려 학생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이 12일 보도했다.

뷰몬트 학교의 엘리자베스 히치 교장은 '페이스북'에서 이 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옷차림을 조롱하는 글을 발견했다. 지난 주 학생 몇 명이 주도해 문제의 사이트를 만들었고 이후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교장의 '옷 입는 감각'에 관한 토론에 참여한 것.

학교 당국은 문제의 글들이 '사이버 이지메(cyberbullying)'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경찰의 조언을 얻어 이 내용을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 또 사이트에 글을 올린 200여명의 학생들 가운데 주동자로 판단되는 학생 3명을 정학 조치했다.

히치 교장은 문제의 사이트에 글을 올린 학생들과 학부모들에 "학생들이 올린 글의 내용이 무례하고 일부는 불법적이기까지 했다"고 경고하는 편지를 보냈다.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글을 올렸는지 이 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학교 측의 이러한 조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문제의 사이트에 글을 올린 한 여학생의 아버지는 "딸아이가 올린 글은 아무런 악의도 담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딸은 정학을 맞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교장이 학생들의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이 학부모는 또 '학생들이 방과 후의 활동에까지 제약을 받아야 하느냐'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며 교장의 대처 방식을 거듭 문제 삼았다.

익명의 누리꾼은 문제의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교장 선생님이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도 불쾌한 편지를 보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는 정학을 당한 학생들의 복권을 요구하는 인터넷 청원 활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성명을 내고 "학생들이 올린 글은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교장 개인을 겨냥해 공공 사이트 상에서 매우 비열하고 모욕적인 언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마틴 엣킨슨 교감도 "이는 교장을 겨냥한 악의적 커뮤니케이션 행태였다. 우리는 경찰의 자문을 얻어 학교의 행동 규정에 따라 이번 일을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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