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하마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영국 잡지 'BBC 와일드 라이프' 11월호에 공개된 사진이 승자를 말해주고 있다.
야생동물 전문 사진작가 바클라브 실하는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 강가에서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50여 마리의 하마 무리를 촬영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한창 사진을 찍고 있던 중 멀리서 악어가 보였다.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악어가 새끼 하마를 공격하지 않는 한 하마가 악어를 공격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어는 하마 무리를 향해 조금씩 다가오더니 하마 무리가 헤엄치고 있던 강까지 진입했다. 무리에는 새끼 하마가 있었고 긴장한 어미는 만약을 대비해 새끼를 에워쌌다. 다른 하마들도 둥글게 원을 그리며 방어 태세를 취했다. 악어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
하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악어는 오히려 빠른 속도로 하마 무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하마 떼의 등을 타고 새끼 쪽으로 돌진했다. 실하는 "아마도 악어가 당황해 탈출 경로를 잘못 잡은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탈출하려던 악어가 최악의 선택을 한 셈.
성난 하마 떼는 이빨을 드러내 악어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갑옷과도 같이 두꺼운 악어의 가죽도 하마의 공격은 당해내지 못했다. 하마는 공격성이 가장 강한 동물 중 하나로 한 번 물어뜯을 때 힘은 수 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 등에 올라탄 악어는 십초도 견디지 못하고 축 늘어졌고 그대로 물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실하는 "그것이 악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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