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피겨에 내준 日아이스하키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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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기 국립경기장은 원래 우리 자리였는데….”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이 3일부터 일본 도쿄의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런 사실에 착잡한 표정을 짓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일본 아이스하키의 전설적 스타인 오지 이글스의 혼마 사다키 부장(56)은 “1970, 80년대 요요기에서는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렸다. 하지만 어느새 피겨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안양 한라와 오지 이글스의 경기가 열린 삿포로 도마코마이 하쿠초 아레나에서 만난 그는 아이스하키의 인기 하락에 대해 걱정했다. 그는 “20년 전만 하더라도 아이스하키의 인기는 대단했다. 지금은 줄어드는 관중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마코마이는 일본의 대표적인 하키 타운이다. 아이스하키 전용 링크만 5개에 클럽팀은 50개에 이른다.

오지 또한 1925년 창단한 일본 아이스하키의 역사로 불리는 팀. 일본 아이스하키의 중심도시인 이곳도 인기 하락을 실감하고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3000석의 관중석은 가득 찼지만 이날은 800여 명만 앉아있었다. 사다키 부장은 “점점 관중이 줄어도 언젠가는 다시 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관중은 이제 피겨 관중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가 손을 놓고 있을 때 일본 피겨는 분주하게 뛰었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이토 미도리가 피겨 은메달을 딴 뒤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유망주들을 무료로 합숙 훈련을 시켰고 매년 아이스쇼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뒤늦게 아이스하키도 발 벗고 나섰다. 사다키 부장은 “한국 안양 한라의 다양한 홍보 활동에 자극 받아 우리도 지역 홍보와 연계 마케팅을 통해 관중 모으기에 나섰다. 언젠가 피겨에 빼앗긴 인기를 꼭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도마코마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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