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알파걸들 “터프한게 섹시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5일 17시 09분


섹시한 옷차림에 대한 정의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섹시한 멋을 내려면 프릴이 잔뜩 달린 파스텔톤의 여성스런 드레스를 걸치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야 했다. 하지만 요즘 여자들은 헐렁한 티셔츠에 닳아빠진 청바지와 같이 실용적이고 터프한 옷을 입어야 섹시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어깨선을 몽땅 드러낸 스칼렛 요한슨의 육감적인 옷차림으로 대표되는 '올드 섹시니스'는 한 물 가고 라이더 재킷에 스키니 진을 입은 선머슴 같은 옷차림이 '뉴 섹시 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뉴 섹시 스타일의 대표적인 아이템으로는 티셔츠, 전투화 같은 부츠, 레깅스, 라이더 재킷, 헐렁한 튜닉 등이 꼽힌다. '톱숍' '포에버21'과 같은 패스트패션 업체들도 라이더 재킷과 가죽 조끼, 낡아빠진 청바지 등을 신상품으로 내놓았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연구소의 앤드루 볼튼 큐레이터는 라이더 재킷, 레깅스, 손가락 없는 장갑 등 "다소 지저분하고 단정치 못한 이런 옷차림은 (남성들에게) 접근하기 쉬울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불완전성이 더욱 섹스어필하는 것이다"고 해석했다.

여성들이 새침 떼기 같은 여성스러움을 거부하고 '파워풀한 섹슈얼리티'를 추구하는 이유는 '알파걸'이 등장하는 등 전통적인 성역할 개념이 사라진데다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실용주의 경향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재미츄(29)는 가죽 잠바와 스키니 진을 좋아한다며 그 이유에 대해 "나는 부드러운 소녀가 아니다. 나는 섹시하면서도 터프한게 좋다. 그리고 내 몸을 노출하는게 싫다"고 설명했다.

패션 전문가인 타츠고 요다 씨는 "여자들은 럭셔리 패션에 싫증을 내고 있다. 이제는 무난한 흰색 셔츠나 밀리터리 재킷처럼 일년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은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옷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섹시한 옷차림에 대한 정의가 바뀜에 따라 패션 리더들도 바뀌고 있다. 모델이나 패션 잡지 에디터들이 할리우드 스타들을 대신해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한 것.

시카고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헬렌 이는 "스타일리스트가 입혀주는 대로 입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달리 모델이나 패션지 에디터들은 실재 세계의 패션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리 패션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스콧 슈만도 "사람들은 진짜를 원한다. 모델들이 (할리우드 스타보다) 섹시해 보이는 이유는 모델들의 진정성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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