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을 잃고 쓰려진 할머니 목숨 구한 3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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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9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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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에 전화를 걸어 할머니의 목숨을 구한 3세 소년 제이든 볼리.
911에 전화를 걸어 할머니의 목숨을 구한 3세 소년 제이든 볼리.
22일 오전 이른 시간 미국 뉴저지 주 메이플 셰이드의 응급구조대 911 교환원실. 교환원 모니카 개비오 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개비오 : 911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신고인 : 안녕.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아직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아이였다. 개비오 씨는 아이가 911에 전화를 거는 경우엔 다급한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개비오 : 안녕하세요.
신고인 : 안녕.

개비오 : 안녕.
신고인 : 엄마의 엄마가 아파요.

개비오 씨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 할머니가 무슨 변고를 당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가 흥분하지 않도록 침착하게 대응했다.

개비오 : 할머니가 어디가 안 좋으시니?
신고인 : 엄마의 엄마가 아파요.

개비오 : 그분이 어디가 아프시니?
신고인 : 할머니 혈당.

개비오 : 할머니 혈당?
신고인 : 네.

개비오 : 잘 알겠어. 꼬마야 몇 살이니?
신고인 : 세 살.

개비오 : 세 살?
신고인 : 응~

개비오 씨는 전화가 걸려온 주소를 조사해 즉시 구조대와 경찰에 알렸다. 구조대와 경찰이 이 집에 도착했을 때 문을 연 것은 올해 세 살 난 소년 제이든 볼리였다.

제이든은 구조대와 경찰을 집안으로 들여보낸 뒤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제이든의 할머니 패트리샤 볼리 씨(54)는 의식을 잃고 쓰려져 있는 상태였다.

ABC뉴스 등 미국 언론은 28일 위급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할머니의 생명을 구한 '꼬마 영웅' 소식을 보도했다. 볼리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의식을 되찾고 입원 중이다.

볼리 씨를 치료한 의료진은 "몇 분만 더 지났어도 볼리 씨는 사망했을 것"이라며 "꼬마가 할머니를 구했다"고 놀라워했다. 볼리 씨는 "제이든이 나를 '엄마의 엄마'라고 부르며 흔들어 깨운 것이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이든은 이날 할머니와 단 둘이 집에 있었다. 패트리샤 씨는 아들 내외가 일하러 나간 뒤 손자를 돌보던 중 쓰러졌다. 제이든은 할머니를 흔들어 깨웠지만 패트리샤 씨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린 소년은 엄마가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기를 들고 '911'과 녹색 버튼(통화)을 눌러서 얘기하렴"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어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911에 신고했다.

구조대 측은 아이들도 교육을 받으면 911에 충분히 신고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라며 가정에서 이 같은 방법을 일찌감치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리 씨는 ABC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손자는 천사"라며 감격해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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