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이청용에게 옐로카드? “말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11시 09분


"오, 말도 안돼."

지난달 31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리버풀-볼턴의 경기.

전반 45분 볼턴의 '태극전사' 이청용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절묘하게 따돌린 뒤 골문으로 질풍처럼 돌파하다 상대 미드필더 아퀼라니에 걸려 넘어졌다.

필자가 보기에는 분명 페널티킥을 줘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주심은 이청용에게 시뮬레이션 액션 판정을 내렸고 옐로카드까지 꺼냈다.

TV에서 여러 차례 느린 동작으로 이 장면을 방영했고 아무리 봐도 이청용에게 이런 가혹한 판정을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시뮬레이션 액션은 심판을 속이는 동작. 이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가장 반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 액션을 꼽는다.

하지만 이청용의 성격이나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하면 시뮬레이션 액션을 '하라고 해도 못할' 선수다.

이날 볼턴의 오언 코일 감독도 "이청용은 정직하고 고의적으로 넘어질 선수가 아니다. 주심의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청용으로서는 페널티킥을 얻어내 키커로 나서 성공시켰다면 골을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7일 볼턴의 홈구장인 리복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볼턴-풀럼의 경기.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44분 이청용은 코너에서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프리킥을 올렸고 동료 공격수 케빈 데이비스가 헤딩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이 순간 마크 클라텐버그 심판은 데이비스가 헤딩할 때 수비수 브레데 한겔란트를 두 손으로 밀쳤다며 파울을 선언, '노 골'이라고 외쳤다.

이 때문에 볼턴은 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무승부로 끝내야 했고 이청용은 공격 포인트(어시스트) 한 개를 날린 순간이었다.

경기 다음날인 8일 영국 언론이 일제히 이날 경기의 오심 논란을 보도했다.

타임스 온라인은 "이날 클라텐버그 심판은 한겔란트를 밀친 '유령의 손길' 때문에 데이비스의 막판 결승골을 무효 선언했다. 시즌이 종료 됐을 때 그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볼턴의 프리미어리그 잔류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일리 메일 인터넷 판은 "당시도 그랬지만 비디오 판독을 봐도 너무 분명한 골인데 왜 무효 판정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디펜던트 인터넷 판은 "심판은 데이비스가 이청용이 프리킥한 공을 헤딩하기 위해 수비수를 두 팔로 밀쳤다고 짐작하고 골을 무효 판정했다"고 분석했다.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축구는 오심이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큰 스코어가 기록되는 다른 구기 종목과는 달리 축구는 골 하나에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특히 득점 장면에서의 오심은 치명타가 될 수가 있다.

지난해 9월 26일 버밍엄시티전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 골을 넣은 뒤 5개월 만에 5골 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 이청용.

오심으로 날린 1골, 1어시스트가 너무 아깝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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