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이 있다. '내 형편이 좋아야, 남을 챙겨준다'라는 뜻도 되고 '말보다는 뭔가 물질적인 혜택을 줘야 인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국민 체육 진흥을 위한 기금 조성과 운영, 관리를 목적으로 서울올림픽 이듬해인 1989년 설립된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이 곳이야말로 한국 체육계의 '곳간'이라 할 수 있다.
큰 국제 스포츠 행사가 줄줄이 이어지는 올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되는 지 김주훈(67) 이사장을 만나 알아봤다.
김 이사장은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아경기대회가 잇따르는 올해는 기금 지원 규모를 지난해 3923억 원에서 35%나 오른 5300억 원으로 책정했다"며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으로 국위 선양을 할 수 있도록 기금과 스포츠 과학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막대한 기금은 어디에 쓰일까.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개최하거나 유치해야 할 국제대회, 예컨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영암 F-1 대회 준비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2년 월드컵축구 유치 활동 등에 1918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다음으로는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과 국가대표 종합훈련장 지원, 메달리스트를 비롯한 체육인 복지 등 전문체육인 육성에 모두 1017억원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생활체육 육성에 1701억 원, 장애인 체육 육성 223억 원, 스포츠 산업 및 학술 분야에 387억 원이 지원된다.
김 이사장은 태권도 공인 9단의 체육인 출신. 그는 조선대 총장을 지내고 2008년 7월부터 9번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전체 기금을 10으로 봤을 때 6이 체육 관련에 쓰였고 4가 국고로 들어갔지만 현재는 9가 체육 관련에 쓰이고 1만 국고로 들어가게 됐다"며 "올림픽을 통해 시작된 국민체육진흥 기금 사업을 체육 발전을 위해 주로 쓰이도록 하게 한 데에 체육인 출신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단 기금 지원이 국가대표 위주의 엘리트 선수나 여가 시간을 즐기는 중산층 위주 생활체육에만 집중되는 건 아닐까.
사실 국가대표 선수 중에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힘들게 운동을 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지방자치단체들과 스포츠바우처 사업을 만들어 소외 계층을 위한 생활 체육을 보급하고 있다"며 "저소득층 가정들의 호응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생활보장가구의 만 7세에서 19세까지의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근 공공체육시설을 이용하거나 강좌를 듣고 용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체육 프로그램 등록권이 바로 스포츠바우처"라며 "지난해에는 공단에서 약 20억 원, 각 지자체에서 20억 원 등 총 40억 원의 예산으로 약 9000명에게 스포츠바우처 사업 혜택이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는 60억 원으로 스포츠바우처 사업 관련 예산을 늘려 1만 5000명 이상의 유, 청소년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방침이며 2011년에는 예산을 80억 원으로 더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바우처를 통해 지원되는 스포츠 종목은 축구나 태권도 수영 골프 헬스 검도 등 20여개. 이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데, 지난해에는 수영이 3556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스포츠바우처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거주하고 있는 시·군·구청에 이용 신청을 한 뒤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문자 메시지나 전화로 받으면 된다. 지원자로 선정된 후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 홈페이지(www.kspo.or.kr)에서 이용 가능시설의 스포츠 강좌 및 스포츠용품 정보를 확인한 후 선택한 체육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김 이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스포츠바우처 사업의 수혜범위를 노인과 장애인 등 소외 계층으로 넓혀 스포츠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민 누구라도 체육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게 체육공단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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