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의 밉상짓, 미성숙 애정결핍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9일 11시 33분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에 출전 중인 일본계 혼혈 미국 선수 안톤 오노가 또 다시 '밉상'으로 부상했다. 종잡을 수 없는 오노의 밉상 짓이 미성숙함으로 인한 과도한 자아애착과 애정결핍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오노는 14일 남자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2, 3위를 달리던 한국 선수들이 결승선을 앞두고 넘어져 자신이 은메달을 딴 것에 대해 "레이스 막판에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당시처럼 실격이 또 나와 한국 선수들이 모두 떨어지길 희망했다"는 망언을 했다.

그는 또 경기 직후 자신의 목을 손으로 긋는 시늉을 하며 한국 선수들이 넘어진 것을 조롱하기도 했다. 오노는 2002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동성을 '할리우드 액션'으로 실격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에 이 같은 그의 행동을 두고 국내에선 반발이 거셌다.

이어 오노는 자신이 한국 선수들의 팔을 붙잡는 반칙을 범한 것이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는데도 "한국 선수의 방해로 금메달을 놓쳤다"는 거짓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적반하장 격으로 "한국 선수의 행위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노는 이 같은 망언과 행동이 논란이 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인은 역시 강하다"는 글을 적고 금세 꼬리를 내렸다. 또 이정수에게 축하한다는 메시지까지 남기며 말을 바꿨다.

오노 측은 경기 직후 그가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비신사적인 행동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도 한국 측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인 김혜남 정신과 전문의(나누리병원 정신분석연구소장)는 오노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충동이나 감정 제어능력이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오노는 주변 상황이나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즉각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무의식, 본능적 욕구에만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노의 경우 일반 성인과 달리 미성숙함으로 인한 정체성 결여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사회 경험이 쌓여 성숙해지면서 욕구나 충동을 다스리는 질서가 생기고 일관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성숙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정체성에 문제가 생기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말, 행동이 달라지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이 같은 언행의 불일치가 모순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꼭 이뤄야 하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김 소장은 "결국 이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모두 남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자신은 항상 피해를 본다는 망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관심, 환호, 칭찬을 받고 싶은 욕구가 지나치게 강해서 정서적으로 불안하며 비겁하고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경쟁에서 이기려는 특징을 나타낸다. 애정결핍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소장은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예측하거나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화살이 돼 돌아올 수 있는 말도 서슴지 않고 일단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으로 미뤄볼 때 오노가 말과 얼굴을 계속 바꾸면서도 망언을 거듭 하는 배경에는 정서적으로 불안하며 성장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 다시보기 = 남자 쇼트트랙 첫 금메달…‘밉상’ 오노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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