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리더 인터뷰]<7>김원동 강원 FC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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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5일 15시 18분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 강원 FC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에는 눈길을 끄는 서포터스 한 그룹이 항상 자리잡고 있었다.

이름 하여 '어르신 서포터스'. 강원 강릉시 성산면 우추리 도배마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40명으로 구성된 강원 FC 응원단이었다.

강원 FC의 홈경기는 물론 전남 광양과 제주도에서 열리는 원정경기까지 쫓아다니는 평균 연령 70대의 '어르신 서포터스'. 이들은 경기 후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면 "경기에 졌어도 선수들 마이 머라 카지 마소(많이 혼내지 마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하고 시즌 종료 후에는 마을로 선수단을 초청해 염소 탕을 끊여주는 등 강원 FC를 위해서라면 성원을 아끼지 않는다.

프로축구 15번 째 구단으로 지난해 탄생한 강원 FC가 홈경기 평균 관중 수에서 1만3309명을 기록하며 4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는 이런 강원 도민의 열렬한 지지와 응원이 있었다.

K리그에서 '강원도의 힘'을 보여준 온 강원 FC 김원동(53) 대표이사. 그에게 돌풍의 비결 등에 대해 물어봤다.

김 대표는 "축구를 통해 300만 강원 도민이 한마음이 됐기 때문에 창단 첫해부터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다"며 "여기에 스킨십 마케팅을 통해 도민과의 유대에 중점을 둔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강원 FC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하는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에서 최우수 마케팅 프로구단에 뽑혔다. 바로 스킨십 마케팅 덕택이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마케팅은 돈을 쏟아 붓는 형태였지만 이보다는 홈구장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통해 스킨십 마케팅을 펼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강원 FC는 대표이사 이하 전 직원과 선수단까지 나서 지난해 사랑의 집짓기, 사랑의 찻집, 사랑의 연탄배달 등의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또한 지역 내 조기축구팀과의 친선경기, 최순호 감독 초청 특강 등을 통해 홈구장 주민과의 유대를 강화시키는 스킨십 마케팅을 펼쳤다.

최순호 최진철 서동명 등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강원 FC 코치진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지역 축구동호회, 조기축구단들과 친선경기를 벌이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축구 동호인들과 함께 경기를 하니 호응이 대단했다.

김 대표는 "2002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이 하나가 됐듯이 면적은 넓지만 인구와 정부 지원금 등 모든 면에서 전국의 3%에 불과해 소외감을 느꼈던 도민들이 스포츠 그중에서도 강원 FC를 통해 하나가 됐다"며 "앞으로도 이런 스킨십 마케팅을 통해 도민 전체를 서포터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원 FC는 마케팅에서의 성공에 비해 성적 면에서는 7승7무14패를 기록해 13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강원 FC는 지난해보다 10명 가까이 늘어난 41명으로 선수 수를 늘렸다. 또한 중국 쿤밍에서 해외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김 대표는 "솔직히 신생팀에 금방 좋은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 사실 성적도 중요하지만 팬들이 프로축구에 원하는 것은 이기는 것 이상으로 빠르고 재미있는 축구, 깨끗한 매너를 보여주는 축구이다. 올해에도 강원 FC는 도민과 팬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축구를 추구하고 있다"며 "우리 팀이 지난해 K리그 페이플레이어상을 받았고 관중몰이에도 성공한 것을 보면 이런 방향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시즌에는 선수 보강도 됐고 겨울철 훈련도 착실하게 해 전력이 탄탄해졌다. 최순호 감독이 지난해 패한 경기 수만큼 승리하겠다고 해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원 FC는 지난해 강릉과 춘천에서만 홈경기를 개최했다. 올 시즌을 대비해 강릉종합운동장은 화장실, 주차시설 등 편의시설을 정비했고,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은 주차장 확장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원주에서도 홈경기를 치를 계획을 갖고 있는데 우선 원주운동장의 시설을 많이 보강해야 한다. 천연잔디를 깔고 안전시설, 야간경기 시설 확충 등 제반 사항을 데 원주 시와 긴밀하게 협의해 진행 하겠다"고 말했다.

강릉농공고와 강릉제일고, 강릉 문성고, 원주공고 등 축구 명문고가 있는 강원도는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부장, 설기현(포항), 이을용(강원) 등 수많은 전, 현직 축구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한 곳.

강원 FC는 향후 도 내에 축구 인프라를 구축해 강원도의 축구 전통을 이어갈 방침.

김 대표는 "올해 도 내 18개 시군에 2000~2500명 규모의 유소년 클럽을 만들어 축구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으로 각 시군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유소년클럽 창단 이후에는 15세 이하와 18세 이하 청소년 팀을 강원 FC 내에 두어 체계적으로 구단을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신생팀으로서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구단을 운영해야 하는 게 어려운 점이지만 선수 몸값 부풀리기와 공짜표 등을 없애는 등 투명한 경영으로 3년 안에 흑자 구단으로 전환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강릉 출신으로 강릉고, 명지대를 나와 세종대에서 스포츠마케팅으로 박사학위를 딴 김 대표는 대한축구협회 사무국장과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을 거쳐 강원 FC 대표이사가 됐다.

김 대표는 "국내 프로축구의 위기는 승패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시작됐다.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반칙하고 심판과 싸우고 구단은 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비싼 외국 선수 영입에만 신경을 쓴다"며 "강원 FC는 재미있는 플레이와 깨끗한 경기 매너로 프로축구의 인기를 이끄는 구단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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