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선동렬 삼성 감독. 그의 주무기는 묵직한 구질의 강속구와 슬라이더였다.
직선으로 날아오다 갑자기 휘어지는 그의 '칼날 슬라이더'는 타자들이 뻔히 알고도 삼진 아웃을 당하게 하는 선 감독의 필살기였다.
슬라이더에 관한한 또 한명의 고수는 김시진 넥센 감독. 그도 선 감독 못지않은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라이벌 대결을 펼치곤 했다.
27일 개막하는 2010 프로야구.
6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세운 올 시즌 프로야구는 외적인 제도에서 몇 가지 변화가 있다.
첫 번째는 경기 스피드를 빠르게 하기 위해 적용하는 촉진룰. 올해부터는 주자가 없을 경우 투수는 12초 이내에 투구를 해야 한다. 투구 시 내딛는 발을 들어올리는 동작이 12초 안에 이뤄져야 하는 것.
이 규정을 위반할 때에는 처음에는 경고를 받게 되고 두 번째로 어겼을 때는 볼을 선언 받는다. 타자 역시 타석에 들어선 시점을 기준으로 12초 안에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5회가 끝나면 5분 동안 진행되던 클리닝 타임이 폐지되는 것도 변화 중의 하나.
그러나 승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올 시즌부터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 폭이 공 반 개 정도 넓혀진다.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 폭은 홈 플레이트 좌우 가상의 선을 기준으로 하는 데 그동안 실제로 공 한 개 정도 좌우로 넓게 적용이 됐다.
여기에 공 반개 정도 더 넓히게 되면 어떤 변화가 올까.
대부분의 감독들은 "투수에게 유리하고 타자에게는 너무 불리하다"며 "어차피 타자는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되기 전에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수 중에서도 슬라이더를 잘 구사하는 선수가 돋보일 전망.
투구의 종류는 크게 직구와 변화구로 나뉜다. 변화구 중 커브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특성이 있는데 비해 슬라이더는 바깥쪽으로 휘어지기 때문에 좌우 폭이 확대된 스트라이크 존에서는 슬라이더가 효과적.
커브는 1860년대에 개발됐고 슬라이더는 70년 이후인 1930년대에 탄생했는데 야구공의 실밥 위에 손가락을 걸치고 손목을 비틀어 던지는 법은 비슷하지만 실밥을 잡는 위치와 손목을 비트는 과정에서 미묘한 차이가 커브와 슬라이더를 구분시킨다.
최근에는 '빠른 슬라이더'로 불리는 컷 패스트볼(일명 커터)도 나왔는데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이 커터로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KIA 윤석민, 삼성 오승환, SK의 일본 출신 가도쿠라 겐이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투수로 꼽히고 있으며 올 시즌에는 이들이 '상종가'를 칠 전망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 동영상 = 김태균, 다르빗슈 상대 140m 초대형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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