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리더 인터뷰]<12>윤석용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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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9일 10시 20분


윤석용 회장
윤석용 회장
장애가 있으면 힘들다. 몸도 아프고, 일상생활을 하기도 힘이 든다. 주위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도 필요하다.

요즘 우리 사회도 장애인에 대한 의식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에게는 불편한 점이 많다.

'장애인들이 자립하기 위한 첫걸음은 체육'이라는 말이 있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제 2대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에 취임한 윤석용(59) 회장.

윤 회장은 "장애인 중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사람은 7% 밖에 안되는 게 현실이다. 4년 임기 동안 이를 최소한 10%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너무 심한 신체적 고통으로 마약 성분이 있는 약을 복용해야 했던 한 장애인이 운동을 하고 나서 이를 극복하는 것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며 "아직도 장애인의 체육 활동은 소수의 여유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게 현실인데 이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2010 밴쿠버 장애인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은메달 1개를 따내 44개국 중 18위를 차지했다. 당초 동메달 1개로 22위가 목표였으나 휠체어컬링에서 기적 같은 은메달을 거머쥐며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

개최국 캐나다와의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한국 휠체어컬링팀의 경기는 TV 시청률이 7%를 넘을 정도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다.

윤 회장은 "4년 전 토리노 대회 때는 선수와 임원 포함해 7명의 선수단이 출전했는데 이번에는 총 49명이나 참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여기에 전용 경기장도 없이 훈련을 했던 휠체어컬링팀이 메달까지 따내게 돼 더욱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이 개최된 캐나다를 가보니 장애인 복지시설이 잘 돼 있고 장애인의 사회 참여는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이 잘 이뤄져 있는 것을 느꼈다"며 "개회식에만 5만 여 명이 경기장을 꽉 메운 채 선수들에게 열렬한 환호와 성원을 보내주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도 이런 수준까지 반드시 가야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제 18대 국회의원인 윤석용 회장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 한나라당 장애인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1988년 서울 장애인하계올림픽 때 자원봉사자로 일했고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사와 서울시장애인체육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윤 회장은 "서울올림픽이 있기 전까지 장애인 체육은 상이군인 위주로 실시되어 왔지만 이제는 되도록 많은 장애인들이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현재는 중앙과 시도에만 장애인 체육회가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군과 구 단위까지 확대해 지방자치단체 별로 장애인 체육회를 활성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장애인 체육회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지역 사회에서 장애인 체육 활성화 기틀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끝내고 귀국한 뒤 한국 선수단은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찬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동계올림픽에서의 선전을 통해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준 선수단의 강인한 장애 극복 의지를 치하하고 장애인 체육 참여와 활성화를 격려했다.


윤 회장은 "올림픽에 선수로 참여할 정도면 재활에 완벽하게 성공한 경우"라며 "장애인 엘리트 체육은 대회 때만 잠시 선수를 육성해 성적을 올리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되고 생활체육과 재활체육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대회에서 장애인 체육은 용품의 대항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이천에 장애인 훈련원을 만들었지만 중국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수십 배나 더 큰 시설을 갖추고 선수들에게 최신형 장비를 지원한다"며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는 방송을 통해 캠페인을 전개하고 바자회나 콘서트 등을 통해 모금활동을 벌여 선수단에 용품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이 올림픽 등에서 입상해 체육 연금을 받게 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이 박탈되거나 실력이 출중한 선수가 실업팀이 없어 직업 선수로 활동하기 어려운 현실 등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체육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장애인 농구팀을 신설했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이 배정되면 탁구단도 창설할 계획. 인천시가 역도와 펜싱 팀의 출범을 준비하는 등 일부 지자체들은 장애인 체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 회장은 "장애인 체육 실업팀을 창단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각종 평가에서 가점을 주거나 장애인체육 지원에 앞장서는 기업에 다양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밴쿠버 장애인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관계자들을 비롯해 국제 장애인 스포츠 계 인사들이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음을 느꼈다고 한다. 한 가지 예로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러시아 소치 측에서 준비한 만찬에는 IPC 위원이 몇 명밖에 가지 않았는데 비해 윤 회장이 주최한 한국 측 리셉션에는 IPC 위원 13명 중 9명이 참가했을 정도라는 것.

윤 회장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덕에 우리에게도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것 같다"며 "2018년에는 평창에서 장애인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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