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 뉴욕주립대 빙햄튼 농구부에서 생긴 일

"차 기름 값 좀 주시고요, 벌금 낼 돈도 좀…."

"지금 은행 갈 시간이 없어. 감독에게 몇 십 달러 달라고 해봐."

이 휴대전화 문자는 뉴욕주립대 빙햄튼캠퍼스의 남자농구팀 간판선수인 매릭 앨빈과 마르크 슈 코치 사이에 오간 내용.

농구팀의 성적을 향상시키려고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뒷돈을 대주고 학점을 조작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하다 대학 조사위원회에 적발돼 뉴욕 교육계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2월 뉴욕 타임스에 보도된 적이 있다.

뉴욕주립대 산하 빙햄튼캠퍼스 남자농구팀에서 일어난 일로 농구팀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이 대학 체육 관계자들이 저지른 부정으로 인해 학교의 명성에 금이 갔고, 19년간 재직하던 로이스 디프레르 총장이 7월에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파장이 크게 일어났다.

이 대학 농구팀에서는 케빈 브로더스 감독이 선수들의 학점을 올리기 위해 로비를 한 것을 비롯해 선수들만을 위한 별도의 강좌를 만들어 학점을 대충 인증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 아니라 코치가 선수들에게 휴대전화 사용비와 차 기름값으로 수시로 돈을 주고, 마리화나를 피우다 걸린 선수에게 경찰에서 해야 할 행동 등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등 농구팀의 성적을 위해서는 온갖 부정과 편법이 저질러진 것으로 밝혀졌다.

빙햄튼대 농구팀은 지난시즌 미국대학체육위원회(NCAA) 농구토너먼트에서 아메리칸 동부컨퍼런스에서 우승해 사상 처음으로 NCAA 농구 전국 65강에 들었다.

하지만 부정행위가 발각되면서 6명의 선수가 퇴학조치를 당했고, 조엘 티레르 체육부장이 사퇴했다. 브로더스 감독은 유급 휴가에 들어가는 등 징계 조치가 이어졌다.

조사위원장을 맡았던 뉴욕주립대 낸시 짐퍼 총장은 "이번 사건이 빙햄튼 캠퍼스 역사에서 '슬픈 한 장'으로 남게 됐다"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빙햄튼캠퍼스 혹은 빙햄튼대학으로 불리는 이 학교는 뉴욕주립대 산하 캠퍼스 중 버팔로, 올바니, 스토니브룩과 함께 '빅4'로 물리는 공립 명문. 1946년 설립됐으며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은 과학 분야에서부터 경영, 교육 및 연예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명성이 일개 운동부 하나의 비리로 인해 커다란 타격을 입은 것.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용돈을 쥐어준 것도 그렇지만 선수들의 낙제를 막기 위해 로비로 학점을 조작하고 대체 강의를 만들어 B이상의 학점을 준 대목에 이르면 짐퍼 총장이 한탄을 할 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빙햄튼 농구부' 사건이 미국 대학만의 일일까.

최근 국내에서는 농구팀은 아니지만 축구팀에서 한 대학 감독이 돈으로 심판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한 것이 드러났고, 한 대학의 선수 2명이 성폭행 강도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빙햄튼대에서 일어난 사건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대학의 운동부 관리가 허술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빙햄튼 농구부 사건이 이 대학만의 문제겠는가. 많은 대학들이 교육과 운동부 활동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고민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운동부 관계자들도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