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리더 인터뷰]<13>전창진 KT농구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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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12시 05분


2009~2010 프로농구가 11일 7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모비스가 3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가운데 귀화 혼혈 선수가 처음으로 코트에 등장했고, 외국인 선수 제도도 '2명 보유에 1명 출전'으로 바뀌는 등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볼거리가 많아진 가운데 총 293경기에 113만4133명의 관중이 입장해 인기를 이어간 프로농구.

이번 시즌 '농구 열풍'의 진원지를 꼽으라면 단연 부산 KT 농구단이었다.

KT는 꼴찌에서 2위로 뛰어오르는 바람을 일으키며 농구 팬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다.

그 'KT 돌풍'의 중심부에 전창진(47) 감독이 있다.

전창진 감독은 지난해 '영원한 우승후보'인 명문구단 동부의 지휘봉을 갑자기 내려놓고 KT를 맡아 맨 뒤에 있던 팀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전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기 때문"이라고 돌풍의 이유를 간단하게 밝혔다.

그렇다면 지난시즌에는 선수들이 열심히 안했기 때문에 꼴찌를 했을까.

전 감독은 "첫 미팅에서 선수들과 만나보니 자신감이 없고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게다가 부상 선수도 많았다"며 "선수단 워크숍에서 4시간 동안 우리가 가야할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훈련 일정 등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눈 뒤 어두웠던 분위기를 걷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선수 개개인과 밥을 먹고 당구를 치거나 혹은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오라고 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개인적인 고충 등의 얘기를 주고 받다보니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지시를 잘 따라주었다"고 밝혔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9년 동안 원주를 홈 코트로 하는 삼보와 동부에서 사령탑을 맡아 정규시즌 3회, 챔피언결정전 3회 우승을 이룬 전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읽는' 덕장(德將)으로 꼽힌다.

전 감독이 이렇게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데에는 '그늘'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깔려 있다.

용산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명문 실업구단인 삼성전자에 입단했지만 데뷔 1년 만인 1988년 발목 수술을 받고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끝내야 했다. 이후 삼성전자 팀 주무로 10년 간 일했다.

전 감독은 "선수 뒷바라지를 비롯해 팀의 궂은일을 맡아 해야 하는 주무를 오랫동안 하면서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게 됐고, 특히 후보 선수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어려움을 파악하는 눈이 생긴 게 지도자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를 잘 아는 농구인들은 "전 감독은 강직하면서도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도자로서 소홀하게 대하는 선수들, 경기를 못 뛰는 선수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주니 선수들이 그의 말이라면 최선을 다해 따르게 되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전 감독이 승승장구하던 동부를 떠나 갑자기 KT 지휘봉을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1999년 삼보 코치로 시작해 팀이 동부로 바뀌면서 감독을 맡아 한 팀에서만 너무 오래 있다 보니 변화가 필요했다. 또 아끼는 후배인 강동희 현 동부 감독에게 길을 터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던 동부를 떠나 KT를 맡고 보니 일단 부상선수가 많아 엔트리 꾸미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선수단을 재구성하고 기초 훈련도 동부 때보다 몇 주 간 더 실시하는 등 새로운 지도 방식을 적용해 팀 전력을 차츰 향상시켜가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주장 신기성을 비롯해 모든 선수가 잘해줬지만 특히 몇 년 간 침체에 빠져 있다 이번시즌에 뛰어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포워드 송영진이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KT는 정규리그에서 40승14패로 모비스와 동률을 이뤘으나 득실차에서 뒤져 2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는 KCC에 패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전 감독은 "어느 팀이나 그렇겠지만 항상 목표는 우승"이라며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컵을 안아볼 각오로 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2위를 차지해 외국선수 드래프트 때 선수 지명에서는 후 순위로 밀리는 등 불리한 점도 있겠지만 타 구단에서 선수 몇 명을 스카우트해 전력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산이 홈구장인 KT는 그동안 부산의 사직체육관에서 훈련했지만 7월에는 수원에 전용숙소와 체육관이 완공돼 더 밀도 있게 훈련을 할 수 있게 된다.

전 감독은 "5월 2일부터 일찌감치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다음 시즌에는 돌풍을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팀이 창단 후 첫 우승 신화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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