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테니스대회. 이 대회는 그 찬란한 역사만큼 공정한 판정으로도 이름이 높다.
이런 윔블던대회도 한 때 '볼이 인됐느냐, 아웃됐느냐'의 단순한 판정을 놓고 시비가 엇갈리며 라켓을 집어던지고 욕설을 퍼붓는 '코트의 악동들'이 등장해 대회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택한 것은 전자 판정시스템이다. 현재 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 윔블던 테니스 코트에는 '호크아이(매의 눈)'로 불리는 전자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카메라 8대가 코트의 라인을 비추며 오차범위 3mm까지 판독해낸다. 이러니 아무리 '악동'이라고 해도 판정에 대해 입조차 벙끗하지 못한다.
미식축구나 펜싱 등도 전자기기나 비디오 판정을 이용해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는데 반해 축구와 야구는 전적으로 인간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포츠다.
28일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잉글랜드-독일, 멕시코-아르헨티나의 16강전 2경기에서는 어이없는 오심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잉글랜드가 1-2로 뒤진 전반 38분 잉글랜드 미드필더 프랭크 램퍼드가 날린 강슛이 크로스바의 아랫부분을 맞고 골문 안쪽으로 50㎝ 이상 넘어갔다가 나온 상태였는데도 골로 인정이 되지 않았다. 또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테베스가 완전히 오프사이드 상태에서 골을 넣었는데도 심판은 이를 골로 인정했다.
램퍼드의 슛이 골로 인정됐다면 잉글랜드는 독일과 2-2로 무승부를 이루며 팽팽한 접전을 이어갈 상황이었고, 멕시코도 테베스의 골이 인정되지 않았다면 0-0으로 초반의 맞대결 양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오심 이후 잉글랜드와 멕시코는 급격하게 무너지며 패배를 맛봤다.
이 경기를 지켜보면서 제3자인 필자조차 화를 억누를 수 없을 정도니 잉글랜드나 멕시코 축구팬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짐작이 간다. 이런 팬들에게 "심판의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거나 "가까이서 본 심판이 잘 보았겠지"라는 등의 말을 하다간 몰매 맞기 십상일 것이다.
이 때문인지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식적으로 성명서를 내고 "오늘 경기의 심판 판정에 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묵비권 작전'으로 나섰다.
오심을 막기 위해 축구에도 비디오 판독이나 골라인에 골인을 확인하는 기술을 도입하면 어떨까. 이에 대해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기술을 도입하는 데 큰 비용이 들 뿐 아니라 경기 흐름을 끊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블래터 회장의 반대 이유는 말이 안된다. 월드컵 개최를 통해서만 수 조원의 이익을 얻는 FIFA가 비용 때문에 못한다니…. 그리고 오심으로 인해 전 세계 축구팬이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경기의 흐름이 끊기더라도 정확한 판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1990년대에 이미 축구의 오심을 없앨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그 방안 중 하나는 '스마트볼'을 만드는 것이었다. 축구공 안에 칩을 넣고 전자 장비와 연결시켜 볼의 위치를 정확하게 추적하고 오프사이드 여부까지 판정해 내는 방법이다.
이런 '스마트볼'의 제작을 아시아축구 최강이자 세계적인 전자 기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 맡겨 보면 어떨까. 단언컨대 늦어도 1년 안에는 '스마트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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