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에는 두 개의 나라가 있다. ‘여당나라’와 ‘야당나라’. 민주 법치 타협 등 같은 말을 하면서도 그 뜻은 제각각이다. 뿌리 깊은 지역갈등, 평행선을 달리는 이념갈등, 말이 통하지 않는 세대갈등, 점점 커지는 계층갈등 속에서 국민들은 무엇에 답답해하고 분노하고 있을까. ‘갈등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관용의 씨앗은 싹 틀 수 있을까.
동아일보는 우리 사회 갈등의 현주소를 찾고자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집단심층면접조사(FGI·Focus Group Interview)를 실시했다. FGI는 기업에서 마케팅조사에 많이 사용하는 기법으로 타깃 소비자를 6∼12명 선발해 한 장소에 모여 조사목적과 관련된 토론을 함으로써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방식에서는 얻기 힘든, 심층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FGI는 사회자가 참가자의 답변에 맞춰 그때그때 질문내용을 바꿈으로써 참가자의 마음속 얘기까지 끌어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번 FGI는 △20, 30대 남성 △20, 30대 여성 △40, 50대 남성 △40, 50대 여성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이달 5∼7일 사흘간 진행됐다. 8명으로 이뤄진 각각의 그룹은 여야 지지자를 절반씩 섞었다. 참가자들은 사전에 서로의 성향을 모른 채 2시간 동안 50여 개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답변했다.
FGI를 통해 ‘솔로몬의 지혜’를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2010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목소리는 그 안에 생생히 녹아 있었다.
정리=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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