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존을 향해/1부]<2>與野의원 ‘4대강 역지사지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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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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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다름’ 그리고 ‘소통’“자리 바꿔보니 동의는 못해도 이해는 가네요”

“4대강 개발로 습지가 파괴되는데 대책이 있습니까.”(정미경 한나라당 의원·왼쪽) “가동보를 설치하고 오염원 유입을 차단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전현희 민주당 의원·오른쪽) 주장의 내용은 귀에 익숙한데 화자(話者)가 바뀌었다. 19일 동아스튜디오에서 여야 의원이 소통을 위한 시도로 각자 상대방의 시각에서 토론을 했다. 발언은 어색하고 때론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토론이 끝난 뒤 두 의원은 상대의 주장을 깊숙이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소통의 공감대가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사회는 허경호 경희대 교수. 원대연 기자
“4대강 개발로 습지가 파괴되는데 대책이 있습니까.”(정미경 한나라당 의원·왼쪽) “가동보를 설치하고 오염원 유입을 차단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전현희 민주당 의원·오른쪽) 주장의 내용은 귀에 익숙한데 화자(話者)가 바뀌었다. 19일 동아스튜디오에서 여야 의원이 소통을 위한 시도로 각자 상대방의 시각에서 토론을 했다. 발언은 어색하고 때론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토론이 끝난 뒤 두 의원은 상대의 주장을 깊숙이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소통의 공감대가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사회는 허경호 경희대 교수. 원대연 기자
《미국 대학에선 종종 학생들에게 자신의 세계관과 다른 논지로 토론하도록 한다. 공존과 소통을 위한 ‘역지사지(易地思之) 훈련’인 셈이다.
본보 특별취재팀은 소통으로 가는 첫걸음을 고민하면서 ‘적극적 역지사지’ 상황을 만들어 내기로 했다. 여야 국회의원에게 각자의 생각과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토론실험을 제안한 것. 토론 주제는 4대강 사업으로 정했다. 민주당 의원이 4대강 개발 사업을 찬성하고, 한나라당 의원은 반대하는 형식이다.
19일 오후 5시 동아미디어센터 14층 동아스튜디오.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낸 정미경 의원과 현재 민주당 원내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마주 앉았다. 사법연수원 28기 동기인 이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상대의 입장이 됨으로써 소통의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동아일보의 시도에 찬성한다”면서 정치인으로선 쉽지 않은 실험에 응했다. 사회는 토론 전문가인 허경호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맡았다.》

○ 역할 바뀐 공격수-수비수

▽사회자=먼저 전현희 의원께서 4대강 개발사업 찬성 이유를 설명해 주시지요.

▽전현희 의원(민주)=개인적으로 4대강 사업에 반대 입장이지만…. 찬성 입장에 대한 논거를 살펴봤습니다. 반복되는 가뭄 및 홍수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수질 개선을 한다는 목적도 있는 것 같고, 이 밖에 국민들의 레저 수요를 마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목적이 있습니다.

▽사회자=정미경 의원께서 반대토론 해주시지요.

▽정미경 의원(한나라)=저도 4대강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4대강 사업에 우호적인 지역을 골라 성공 여부를 테스트한 뒤 점진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또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될 수 있는 습지는 어떻게 보전할지, 4대강 사업으로 부족한 식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라는 게 정부 생각, …라고 합니다, …인 것 같습니다, …는 고려할 만하다”라는 ‘머뭇거리는’ 말투에서 어색함이 읽혔다. 상대방의 입장을 요약해 전달하는 일은 비교적 쉽게 이뤄졌지만 반박은 쉽지 않았다. 사회자가 반론을 요청하자 답변이 돌아오는 시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머리와 언어 사이의 ‘인지 부조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리라.

정미경 의원이 반박 순서에서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 듯 말을 잇지 못하자 전 의원은 “정말 어렵지요?”라고 격려했다. 정 의원도 전 의원이 머뭇거리자 “정답을 알려 드릴까요?”라고 훈수를 뒀다. 두 의원의 훈수가 반복되자 허 교수는 “자꾸 가르쳐 주지 마세요”라고 ‘의사 진행 발언’도 했다.

○ 어렵네…헷갈리네…

전현희 의원은 현재 정부 여당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 중 한 명. 전 의원은 토론실험이 열리기 직전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서도 4대강 사업을 ‘모래성 사업’이라고 맹공했다. 반대로 정미경 의원은 최근까지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야당 공격에 대한 1차 수비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정 의원이 정부에 대한 ‘공격수’를, 전 의원은 정 의원 공격에 대한 ‘수비수’를 맡았다. 두 의원은 서로 “4대강 사업을 하려는 핵심 이유가 뭐냐” “4대강을 왜 중단해야 하는지부터 말하라”면서 치열하게 맞섰다.

▽정(한)=일자리와 레저사업 이야기를 하셨는데 4대강 사업의 주목적은 치수(治水)여야 합니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는 게 아닌가요? 레저 산업은 구체적으로 뭘 할지 설명해 주십시오. 또 가동보를 설치해 어떻게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전(민)=한강변이 휴식 및 체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를 모델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자전거 길을 마련하면 운동도 되고 강의 아름다움도 즐길 수 있습니다. 수질 개선과 관련해 물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가동보를 설치하고, 오염원 유입을 차단하는 방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정 의원은 토론을 마치면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편이 더 어렵기 마련”이라면서 “전 의원께서 평소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실감했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역지사지 토론이 끝난 뒤 각자의 ‘진짜 생각’을 펼 수 있는 시간을 잠깐 줬다. 갑자기 두 의원의 목소리가 커졌다. ‘원래의 생각’으로 돌아온 두 의원은 머뭇거림도 없었다.

▽전(민)=4대강 사업은 재앙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강바닥을 6∼7m 깊이로 파는 것을 보면 대운하 전초 작업 같습니다. 중단해야 합니다.

▽정(한)=4대강 사업은 죽은 강을 살리는 사업입니다. 점진적으로 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수 있으니 일괄적으로 해야 합니다.

사회를 맡았던 허경호 교수는 “갈등 상황에서 상대의 생각을 먼저 짚어본 뒤 자신의 생각을 한다면 증오를 벗어나 이해 속에서 갈등의 완충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4대강 문제 여야의원 ‘역지사지’ 토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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