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소수파에 권력지분 보장… 위기때 화합 끌어내
이탈리아 위기 불감증+지도자 불신… 합의없는 개혁 실패
독일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등 4개의 언어를 쓰는 국가. 300년 가까이 종교전쟁이 벌어졌지만 이제 가톨릭과 개신교, 이슬람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 어느 나라보다 사회갈등의 불씨를 많이 안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나라. 바로 스위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나라 역시 사회갈등을 봉합하기는 쉽지 않았다. 19세기 중반 이후 신구(新舊)교 간의 종교전쟁에서 승리한 신교 측 자유민주당은 연방의회를 지배하고 최고 행정기관인 연방평의회 7석을 독식했다. 비슷한 시기 스위스의 국가전략산업인 철도산업은 군소 철도회사가 난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프랑스 자본이 스위스의 주요 철도회사들을 지배하면서 국가안보에 잠재적 위협으로까지 인식됐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산업발전과 국가안보를 위해 철도산업의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권한 확대에 반대하던 가톨릭과 프랑스어권 지역의 주도로 1891년 국민투표에서 구조조정안은 부결됐고 사회갈등은 고조되기 시작했다. 위기감이 커지자 연방정부는 발 빠르게 가톨릭계 소수파들에게 연방평의회 의석을 보장하면서 협력을 얻어내 철도기업 인수합병안은 1898년에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철도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위스연방철도는 1902∼1951년에 승객 수 기준으로 4배, 화물량 기준으로 3.6배 성장했다. 1891년 이후 소수파에게 연방평의회 의석을 보장하는 전통도 지속되면서 사회갈등을 관리해 나가고 있다.
반면 좌우와 빈부갈등이 극심한 이탈리아는 위기의 만성화, 지도자에 대한 신뢰부족 등으로 개혁 실패와 경제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1947∼1978년에 31번이나 정권이 교체됐다. 2001년에 정권을 잡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노동개혁법을 강행 처리하자 반정부 집단의 테러와 노동계의 총파업까지 발생했다.
이탈리아의 노동개혁은 결국 좌초되고 사회갈등도 극에 달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재임한 2002년 이후 최근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02%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정부의 갈등조정 전략의 실패로 이탈리아는 지금도 경제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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