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 ‘헬로’ 박찬호-이승엽, ‘아듀’ 지소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30일 14시 13분


'코리안 특급' 박찬호(37·뉴욕 양키스)와 '승짱' 이승엽(34·요미우리), 그리고 여자축구의 '떠오르는 별' 지소연(19·한양여대).

세 명 모두 요즘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이다. 단, 관심의 이유는 다르다.

트레이드 설에 휘말린 박찬호와 이승엽은 '과연 이들이 국내무대로 올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반면, 세계무대에서 빛나는 활약을 하고 있는 지소연은 해외 어느 팀으로 갈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된다.

부상에 시달리며 평균자책 5.86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박찬호는 '양키스가 박찬호를 내보내려 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이적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6월 2군으로 내려가 있는 이승엽 역시 일본프로야구의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지났지만 웨이버를 통한 타 구단 이적설이 최근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들이 타 구단으로 옮기는 것도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120만 달러(약 14억 원)의 단발계약으로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는 37세라는 나이가 트레이드의 장애로 꼽히고 있다.

올해로 요미우리와의 4년 계약이 만료되는 이승엽은 엄청난 연봉이 걸림돌. 요미우리와 4년간 30억 엔(약 41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이승엽은 올해에만 6억 엔의 연봉을 받는다. 현재 일본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용병들도 연봉 2~3억 엔 정도여서 거액을 받는 이승엽을 데려갈 팀이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이룰 것은 거의 이룬' 이들 두 슈퍼스타가 국내 무대 복귀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들과는 달리 지소연은 해외, 그중에서도 여자축구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 여자프로축구에 반드시 진출해야 할 처지다.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7골을 넣으며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끈 지소연. 그에게는 미국여자프로축구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팀은 보스턴 브레이커스. 현재 리그 8개 팀 가운데 3위를 달리고 있는 보스턴은 우승을 하기 위해 지소연 같은 뛰어난 공격수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지소연이 미국 프로무대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암 투병 중인 어머니와 어렵게 가정을 꾸려온 그가 프로무대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좀 더 여유롭게 선수 생활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여자프로축구는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 연봉이 그다지 높지 않다. 현재 여자프로축구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브라질 출신 마르타(FC 골드 프라이드)의 연봉이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단 국내 실업팀보다는 몇 배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

지소연이 미국에 진출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서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 드러났듯이 체력이나 개인기에서 독일 선수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은 한국이 1-5로 대패한 이유로는 경기 경험 부족이 꼽힌다.

분데스리가에만 여자 축구팀이 97개나 있으며 이런 무대를 통해 풍부한 경기 경험을 쌓은 독일 선수들은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에서 한국을 앞섰다. 따라서 지소연이 미국 프로에 첫 진출해 물꼬를 트고 뒤를 이어 한국 선수들이 미국에서 활동한다면 한국 여자축구의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 분명하다.

박찬호와 이승엽이 국내 프로리그에서 팽팽하게 맞대결하고, 지소연이 미국 여자프로축구리그에서 멋지게 골을 성공시키는…. 이런 장면을 보고 싶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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