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한국 '스포츠 알파걸'이 최초로 오를 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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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7일 09시 49분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골든슈(득점왕)를 차지한 여민지.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골든슈(득점왕)를 차지한 여민지.
바야흐로 '알파걸'들의 세상이다.

학업, 운동,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높은 성취율과 자신감을 가진 여성을 뜻하는 알파걸.

국내에서는 알파걸들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사회 곳곳에서 여풍(女風)을 일으키고 있다. 사법시험을 비롯한 각종 고시에서 여성 합격자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전문직 여성의 수도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 더 보수적인 미국. 이런 미국에서도 알파걸들이 그 위력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학기 미국 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자국인 수에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남성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여성 박사 학위 취득자는 50.4%로 남성을 간발의 차로 제쳤다.

여성 박사가 많아졌다는 것은 앞으로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직 분야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하게 되고, 이에 따라 알파걸들이 미국의 사회 전반을 이끌어 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도 아직까지 알파걸들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곳이 있다.
여자축구 스타 지소연.
여자축구 스타 지소연.

세계 스포츠의 본산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바로 그곳이다.

117년 역사의 IOC에서 이제까지 8명의 위원장이 나왔지만, 여성이 단 한명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115명의 현역 IOC 위원 중에서 여성 위원은 17명에 불과하다.

IOC 위원이 어떤 자리인가. 월급은 없지만 세계 어디를 가든 국빈 대우를 받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예직이 IOC 위원이다.

이런 자리에 여성이 불과 14% 밖에 안 된다니…. 하지만 여성들에게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자크 로게 현 IOC 위원장이 사퇴하기로 한 2013년, 새로 선출되는 IOC 위원장 후보로 한 여성 위원이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는 것.

그 여성 위원은 모로코 출신 나왈 엘 무타와켈(48). 무타와켈 위원은 세계 스포츠계의 알파걸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400m 허들 경기에서 이슬람권 국가 출신으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그는 모로코의 국가적인 영웅. 모로코 체육 장관도 역임한 바 있는 무타와켈은 2012년과 2016년 올림픽 평가위원장 직을 훌륭하게 수행해 내는 등 IOC 내에서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제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2010년. 올 한해 한국 스포츠에서는 알파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는 김연아(20·고려대)가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세계 최고 점수(228.56점)로 우승하며 '피겨 여왕'에 등극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
'피겨 여왕' 김연아.

8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지소연(19·한양여대)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이 세계 3위에 올랐다. 지소연은 6경기서 8골을 터뜨려 실버부트(득점 2위)를 차지했다.

또 26일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끝난 FIFA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는 여민지(17·함안 대산고)가 버틴 한국대표팀이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최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여민지는 8골 3어시스트를 기록해 골든부트(최다 득점자), 골든볼(최우수선수·MVP)을 차지했다.

다음달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제16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한국 스포츠의 알파걸들이 맹활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 스포츠의 수장으로 불리는 IOC 위원장. 2013년에 무타와켈 위원이 사상 첫 여성 IOC 위원장이 될 수 있을까.

필자 생각에는 만일 무타와켈 위원이 실패한다면, 최초의 여성 IOC 위원장은 세계 스포츠계를 주름잡는 한국의 알파걸 중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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