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조광래(56) 감독, 배구 신치용(55) 감독, 농구 유재학(47) 감독. 한국 스포츠 구기 종목 3개 남자 대표팀 사령탑들이다.
최근 이들 세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니 공통된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수비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축구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내년 1월 아시안컵대회에서 51년 만의 정상 탈환을 목표로 세웠다. 배구의 신치용 감독은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 달성이, 농구의 유재학 감독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8년 만의 우승이 목표다.
3명이 모두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고, 이를 위해 이들이 한결같이 외치는 게 '수비력 강화'다.
조광래 감독은 "'화려한 공격은 팬을 즐겁게 하지만, 견고한 수비는 감독을 즐겁게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승리와 우승을 위해서는 수비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치용 감독은 "선수의 개인기가 주축이 되는 공격력은 하루아침에 향상시키기가 힘들지만, 정신력과 체력, 조직력이 필요한 수비력은 단기간의 강도 높은 팀 훈련으로 극대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큰 대회를 앞두고 수비력 강화에 중점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조 감독은 한국축구대표팀의 수비진을 '포백 시스템'으로 하느냐, '스리백 시스템'으로 하느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장신 군단' 중국을 비롯해 이란 요르단 레바논 등 중동 세와도 대결을 벌여야 하는 농구의 유재학 감독은 골밑에서의 수비력 강화를 위해 부상에서 회복 중인 국내 최장신(221㎝) 센터 하승진의 기용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그런데 수비진 구축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세 감독 중 축구의 조광래 감독이 가장 먼저 '임자'를 만났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 대 일본 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
이 맞대결에서 일본 팀을 이끄는 사령탑은 이탈리아 출신의 알베르토 자케로니(57) 감독이다.
8월 일본대표팀 감독에 선임됐지만, 취업 비자 문제로 최근에야 지휘봉을 잡은 자케로니 감독이 제일 먼저 한 일도 바로 수비전술 변화였다. 자케로니 감독은 지난 4일 첫 훈련에서 수비진만 모아 40분 넘게 집중지도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비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AC밀란과 인터 밀란, 유벤투스의 사령탑을 역임한 자케로니 감독은 '빗장수비(카테나치오)' 전술로 유명한 '수비축구의 나라' 이탈리아 출신답게 일본대표팀에서도 수비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 이 때문에 그에게는 '자케나치오'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축구대표팀은 8일 열린 친선경기에서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축구대표팀을 1-0으로 꺾었다. 일본은 전반 19분 오카자키 신지가 골을 넣은 뒤 탄탄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아르헨티나의 화려한 공격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까지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게 된 조광래 감독. 그가 '자케나치오'라는 '임자'를 만나 어떤 전술을 펼칠지, 내일 '빅뱅'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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