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미모는 피부 한꺼풀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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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0일 11시 15분


광저우 아시아경기 펜싱 2관왕에 등극한 남현희.
광저우 아시아경기 펜싱 2관왕에 등극한 남현희.
불과 4년 전의 일인데, 지금 돌이켜보니 참 어이없는 해프닝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06년 한국 펜싱 '최고의 여 검객' 남현희(성남시청)는 성형수술 파문에 휩싸였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던 그가 쌍꺼풀 수술과 함께 약간의 얼굴 성형수술을 한 것을 두고 2년 자격정지 등의 중징계가 내려지자 "과도한 결정"이라며 오히려 펜싱협회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었던 것.

결국 협회가 재조사를 하고, 남현희 측은 재심의를 요청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징계 수위가 대폭 낮아졌다.

지나고 보니 당시만 해도 여자선수들의 성형에 대해 체육 관계자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남현희는 2006년 국제펜싱월드컵에서 여자 플뢰레 우승을 차지했고, 그해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여자 플뢰레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파문을 완전히 잠재웠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의 외모가 더욱 빛나 보이기도 했고….

이후에도 남현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27일 끝난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2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의 '지존' 신지애.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의 '지존' 신지애.
요즘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면 어땠을까. 4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한 구기 종목의 여자선수들은 단체로 같은 병원에서 눈을 예쁘게 만드는 수술을 받는 등 이제 성형수술은 원하는 선수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상황.

여자 골프의 경우 기업들은 예쁘고 볼도 잘 치는 선수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스폰서가 필요한 여자 프로골퍼들 중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지 않는 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실력으로 골프를 매력적으로 만든 세계적인 선수로 신지애(미래에셋)와 안선주가 꼽힌다.

신지애는 현재 세계 여자골프 '넘버 1'을 달리고 있는 '지존'.

신지애는 30일 발표된 롤렉스 세계여자골프랭킹에서 11.50점을 받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10.95점)를 제치고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 상금왕에 오른 안선주.
일본여자프로골프 상금왕에 오른 안선주.
세계랭킹 9위의 안선주는 올해 일본프로여자골프(JLPGA) 투어에서 4승을 거둬 다승왕, 상금왕(1억4507만엔·약 19억9000만원), 신인왕, 최저 타수상(70.64타)을 수상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이들을 보면 아무리 외모가 출중해도 실력이 없으면 정말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모는 피부 한 꺼풀에 지나지 않는다(Beauty is only skin-deep)'는 격언처럼….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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