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성기엔 원래 가시처럼 생긴 조직이 돋아 있었으나 진화 과정에서 퇴화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이 인간의 게놈을 분석하는 연구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과학전문지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넷 판이 9일 보도했다.
잡지에 따르면 남성 성기 표면에 줄지어 돋는 가시 같은 모양의 딱딱한 돌기는 지금도 동물의 수컷에게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약 600만 년 전 지구에 살던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된 영장류 조상의 성기엔 이 같은 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스탠포드대 발생생물학자 질 베제라노 씨는 "가시를 돋게 만든 유전자 코드는 약 70만 년 전 이 영장류 조상이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으로 나뉘기 전에 없어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현존하는 침팬지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인간의 것과 비교해 진화 과정에서 최소 510개의 DNA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DNA 소멸은 두뇌의 크기가 확대되는 등 인체에 여러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 성기에 돋았던 가시들도 이 510여개의 DNA가 사라진 진화 과정에서 없어졌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DNA 소멸은 세포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드문 현상이지만 유전자 기능 자체가 방해되는 것은 아니라서 인체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남성의 성기 기능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DNA 소멸과 유전자 변화 과정에서 형태적으로는 매끄럽고 단순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성기에 돋은 가시 같은 돌기 조직이 인간에게 필요 없는 장치가 되면서 DNA가 소멸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고양이 등 동물의 경우 여러 개체의 수컷이 암컷의 체내에 정자를 주입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성기의 가시 조직이 이용되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수컷의 성기에 돋은 가시가 교미한 뒤 암컷의 발정을 억제해 다른 수컷의 정자로 인한 수정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생 인류의 여성은 대부분이 (성관계시) 남성 한 명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여성의 몸 안에서 수정을 위한 경쟁의 순간에 남성이 안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이 결혼 등 여성과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게 된 것도 이유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성의 성기 가시 퇴화와 관련해 연구진이 발표한 이번 논문 내용은 3월 10일자 '네이처'지에 실렸다고 잡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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