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어제 46용사 위령탑 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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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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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엄마가 왔다” 아들 부조像 닦고 쓰다듬고…

애끊는 모정 27일 천안함 폭침 1년을 맞아 인천 백령도 연화리에 세워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앞에서 고 이상준 중사의 어머니 김이영 씨(55)가 동판에 새겨진 아들의 얼굴 부조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복받치는 슬픔을 참지 못해 오열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해군 중령)도 참석해 46용사 위령탑에 헌화했다. 위령탑은 천안함이 폭침된 해역이 보이는 해안가의 절벽 위에 8.7m의 높이로 세워졌다. 백령도=사진공동취재단
애끊는 모정 27일 천안함 폭침 1년을 맞아 인천 백령도 연화리에 세워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앞에서 고 이상준 중사의 어머니 김이영 씨(55)가 동판에 새겨진 아들의 얼굴 부조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복받치는 슬픔을 참지 못해 오열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해군 중령)도 참석해 46용사 위령탑에 헌화했다. 위령탑은 천안함이 폭침된 해역이 보이는 해안가의 절벽 위에 8.7m의 높이로 세워졌다. 백령도=사진공동취재단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는 외롭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 1년. 서울광장과 국립대전현충원, 서해 백령도에는 이들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대통령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국가와 이웃을 위해 희생한 그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27일 백령도 연화리 해안. 천안함 46용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깎아지른 해안절벽에 세워진 위령탑 너머로 서해의 푸른 바다가 보였다. 1년 전 천안함이 폭침된 바로 그 자리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낮 12시에 열린 위령탑 제막식에는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과 군 관계자, 유가족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전 천안함 함장인 최원일 중령을 비롯한 생존 천안함 승조원들도 참석했다.

개식사와 제막보고에 이어 유가족 대표와 해군 대표가 위령탑 앞으로 나가 흰색 천을 벗기자 46용사의 얼굴을 새긴 동판이 드러났다. 제막식 내내 묵묵히 눈물을 훔치던 유가족들이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이어 헌화를 마친 유가족들은 흰색 천과 장갑으로 동판을 닦으며 오열했다. 바람에 가족들의 눈물이 날렸다.

“아들아, 엄마가 왔다.”

고 안경환 상사의 어머니 임옥분 씨(62)는 “(너무 울어) 목이 아파서 말 못한다”며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정성스럽게 동판의 아들 얼굴을 연방 어루만졌다.

유가족에 이어 김 총장과 최 중령이 국화꽃을 올렸다. 초췌한 얼굴의 최 중령은 굳게 입을 다문 채 동판에 새겨진 46용사의 얼굴을 바라봤다.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제막식이 끝난 뒤 유가족들은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 쪽에 일렬로 섰다. 새벽부터 배를 타고 온 탓에 피곤이 역력한 얼굴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원망스러운 바다를 바라보던 희생 장병 어머니들은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해” “누가 그랬노. 우리 아들 누가 그랬노”라며 울부짖었다. 아버지들은 굳은 얼굴로 아들이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고 김종헌 중사 유가족 최수동 씨는 “이제는 가슴에 묻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천안함 46용사의 모교 학생 46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해양수호대도 참석했다. 이들은 26일 경기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해양수호대 발대식을 갖고 천안함과 동급의 초계함인 영주함(1200t급)을 타고 서북도서 해역의 해상작전에 참여했다.

이들은 함정에서 전사한 모교 선배가 수행하던 직무를 각각 수행하며 경비작전과 당직근무 등을 체험했다. 오후 9시에는 45분간 천안함 폭침 상황을 재연하는 한편 폭침 시간인 9시 22분에는 기적소리에 맞춰 묵념을 하며 선배들의 넋을 기렸다.

고 강태민 상병의 후배인 이수한 군(17·인천 부평고 2학년)은 “(함정 안이) 비좁고 답답해 선배님들이 얼마나 춥고 힘드셨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전사했는데,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를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밝혔다.

▼ MB “천안함 폭침 잊지 않을것”… 그제 1주기 추모식 ▼


희생자 묘역 참배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1주기 추모식에 앞서 희생자들의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희생자 묘역 참배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1주기 추모식에 앞서 희생자들의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26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천안함 용사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국민의례, 추모영상물 상영, 헌화 및 분향, 추모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된 추모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요인과 전사자 유가족, 천안함 승조원 등 4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추모식에서 유족들을 위로하며 “(천안함 사건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세월이 가도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1억 원을 국방 성금으로 냈던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에겐 “지난번 청와대에 와서 보내주신 돈으로 무기(K-6 기관총 18정)도 샀다. 가족들 모두 한이 맺혔을 텐데 어머니가 거꾸로 (우리에게) 용기를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에 윤 씨가 “아들의 원수를 갚아 달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다 우리의 잘못이다. 이 사람들(희생자)이 죄가 있느냐. 우리가 못 지켜준 것이다”라며 “앞으로는 진짜로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고 한주호 준위의 아들 상기 씨에게 “당시 날씨도 차고, (구조가) 어렵다고 했었는데 후배를 건지려고 그런 것”이라며 “(아버지는) 진짜 영웅”이라고 격려했다.

46용사의 묘역에서는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과 천안함 장병, 특수전여단(UDT/SEAL) 장병 등이 참가한 가운데 46용사 묘역 참배가 이어졌다. 유족들은 술을 올리고 고인이 평소 좋아하는 음식으로 제를 지내면서 다시 오열했다.

고 김종헌 상사의 아버지는 꼿꼿한 모습으로 묘역 앞에 술을 올리다가 표지석 위에 힘없이 쓰러지며 통곡했다. 고 조진영 중사의 어머니도 현충탑 앞에 마련된 아들의 영정 앞에 이르자 “진영아, 니가 와 여기 있노. 엄마가 왔다. 엄마 좀 불러봐라”라며 오열했다.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는 천안함 1주기 범시민 추모위원회 주최로 각계 인사와 시민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범시민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의 연주와 탈북 시인 장진성 씨의 추모시 낭독, 대학생들의 합창 등 다양한 문화행사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유족대표로 참석한 고 최중환 상사의 매형 이정국 자문위원은 “46용사는 조국을 위해 스스로 나섰다는 사실만으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에 청년들의 뜨거운 피가 뿌려지지 않게 해 달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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