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박석재]공군 우주사령부 설치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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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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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10월 23일 독일의 뢴트겐 인공위성이 인도양에 떨어져 국내외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이미 10여 년 전에 수명이 끝난 이 위성은 우주쓰레기가 돼 지구를 공전하다가 추락했다. 그런데 이달 15일 위성 하나가 또 추락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실패한 화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 위성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12월 9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포보스-그룬트 위성은 발사체 로켓으로부터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하지만 위성 자체의 추진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화성으로 가지 못하고 지구로 다시 추락할 운명을 맞게 됐다. 현재 포보스-그룬트 위성은 유라시아 대륙 어딘가에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0cm보다 큰 우주쓰레기가 현재 1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폐기된 인공위성이다. 앞으로도 매년 농구공보다 큰 우주쓰레기가 몇백 개씩 지구로 떨어질 예정이므로 언젠가는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떨어질 수도 있다. 위성 중에는 핵 원자로를 가진 것도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떨어지면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쓰나미는 바다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관련 정보를 선진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조기에 발견하고 추락 궤도를 예측하는 우주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추락하는 위성은 물론이고 궤도가 알려지지 않은 위성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다. 첩보위성을 식별할 능력이 없는 나라를 우주시대의 진정한 독립국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강대국들은 허락 없이 영공을 통과하는 위성을 추락시킬 수 있는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NASA에 해당하는 일본 우주기관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다. 일본은 우주 개발을 평화 목적으로 한정하는 조항을 삭제한 JAXA 설치법 개정안을 1월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도 우주안보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신호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의원 시절인 2007년 중국의 위성 요격 실험에 자극받아 우주청을 신설하고 우주기술을 국방에 이용할 것을 주장한 사람이다. 중국 공군은 국가이익 보호를 위해 우주작전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 우주사령부 사령관이 공군 대장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우주작전의 1차 책임자는 공군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군은 한국천문연구원 등과 함께 우주 감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뢴트겐 위성 추락 때도 큰 몫을 했다. 하지만 필자는 공군에 ‘담당자’만 있지 ‘책임자’는 없다는 인상을 항상 받는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우주사령부가 있어야 한다.

이미 언급한 우주 감시 문제 이외에도 우주 측지나 우주환경 문제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우주 측지 분야에서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마비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발생 가능하다. 우주환경 분야에서는 2013년 태양활동 극대기가 예고된 상태다. NASA는 이미 여러 차례 태양의 자기폭풍에 관해 경고한 바 있다. 이런 것들은 작게는 통신 교란부터 크게는 정전까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첫 우주사령관이 영관 장교라 해도 언젠가는 공군 대장이 맡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런 미래를 위해 우주안보에 헌신하는 장교들이 조종사들보다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공군도 변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국방기상은 물론이고 우주환경 문제까지 일부 맡고 있는 공군의 기상전대가 기상단으로 격상된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고 여겨진다. 이제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하는 청소년들이 전투기 조종사는 물론이고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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