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애리조나 전지훈련 캠프는 다른 프로팀들과 분위기가 달랐다. 젊은 군단답게 선수들의 열정과 패기로 가득했다. 뜨거운 태양을 덮을 만큼 대단한 열기였다. 선수단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전준호 코치가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해 샌디에고 파드레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던 전 코치는 10월 NC 다이노스에 합류했다.
전 코치는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었다. NC를 빠르고 센스 넘치는 팀으로 만들겠다는 게 전 코치의 목표다. NC에는 나성범, 강구성 등 스피드가 뛰어나고 컨택 능력이 좋은 좌타 유망주가 많다. 이들에게 전 코치는 훌륭한 ‘롤모델’이다. 전 코치가 더 바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NC의 기량과 성적에 깜짝 놀랄 것입니다.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게 유일한 흠일 뿐 선수들의 기량과 열정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김경문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의 능력도 훌륭하고, 구단지원은 9개 구단 최고 수준입니다.”
전 코치는 2012시즌 NC를 주목해달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 ‘3실’에 충실하자…전준호의 지도 철학전 코치에게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전 코치는 망설임 없이 “진실로 성실히 현실에 충실하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현역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가르침이다. 늘 ‘진실-성실-충실’, ‘3실’을 가슴에 새기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다른 1번타자들이 일찍 선수생활을 마쳤던 것과 달리 전 코치는 1번타자로 20년 가까이 활약했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실천했기에 가능했다.
전 코치는 “선수에서 지도자로 역할만 바뀌었을 뿐 계속해서 진실로 성실히 현실에 충실하면 지도자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잠시 전 코치와 현역시절 이야기를 나눴다. ‘1번타자의 교과서’로 불린 전 코치는 1991년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현대와 넥센을 거쳐 지난 2009년 은퇴할 때까지 무려 19년이란 긴 세월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한국프로야구의 전설이다. 역대 최다 도루(550개) 기록을 갖고 있으며 최다 3루타(100개), 통산 최다안타 2위(2,018개) 등 많은 타이틀과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화려한 스타플레이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 코치는 변변한 은퇴식 없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송진우, 양준혁 등 다른 스타들의 은퇴와는 대조적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팬들이 야구장 밖에서 은퇴식을 치러준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에 대해 전 코치는 “이미 다 지난 일이다.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듯 당시의 아쉬움은 팬들의 사랑으로 다 희석시켰다. 이젠 지도자로 좋은 선수를 육성하여 소속 팀과 한국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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