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울 종로구 북촌마을에는 ‘북촌 8경’이 있다. 이곳을 대표하는 경관 8곳을 꼽은 것.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치는 종로구 원서동 공방길을 비롯해 가회동 일대의 골목길과 삼청동 돌계단길까지, 북촌 8경 골목길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는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혼자서 골목길을 누비며 다닐 자신이 없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골목길 투어’를 책임질 해설사가 친절한 설명으로 골목길 역사 속 탐방을 도와준다.
○ 골목길 문화의 산증인이 해설사로
강원 영월군과 원주시에서 서울로 나들이 온 초중고교 학생 20명이 26일 오후 종로구 삼청동 북촌 생활사박물관을 출발해 골목길 투어를 시작했다. 이날 해설사로 나선 송증자 씨(69·여)와 백경순 씨(53·여)가 아이들에게 지도를 나눠준 뒤 10명씩 두 조로 나눠 탐방을 시작했다.
“북촌마을 이름이 왜 북촌인지 알아요?” 송 씨의 질문에 아이들은 하나같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송 씨는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라며 “이곳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해 많은 사적과 문화재가 있어 거리 박물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가회동 31 일대의 한옥을 둘러본 후 곳곳에 멈춰서 송 씨의 해설에 귀 기울였다.
송 씨는 삼청동 정독도서관 앞에서 이곳이 예전에 총을 만들던 화기도감이 있었다는 설명부터 과거 경기고교가 있었다는 설명까지 곁들이며 이날 한 시간 반가량 이어진 투어를 마무리했다. 한윤성 군(15)은 “친절한 해설 덕분에 훨씬 더 재밌게 서울을 구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북촌 지킴이 역할까지
이날 해설사로 나선 송 씨와 백 씨는 지난해 10월 종로구가 선발한 골목길해설사 1기 출신이다. 종로구는 동네주민을 대상으로 42명의 해설사 양성 교육과정을 개설해 3개월간의 교육과 필기, 실기 시험을 통해 최정예 해설사 26명을 선발했다. 송 씨는 “공무원 생활을 하다 정년퇴직했는데 아직 젊다고 생각해 해설사에 도전하게 됐다”며 “골목길 지리를 익히고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까지 외우기 위해 자주 골목길을 걷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백 씨는 “해설사 공부를 하다 보니 막상 내가 살고 있는 동네지만 그동안 많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네를 찾는 관광객에게 설명하고 안내하는 일이 너무 재밌고 보람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관광 성수기에는 주말마다 골목길해설사를 배치했지만 겨울에는 관광객 수준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원래 북촌 코스를 다 돌아보려면 2시간 반 이상 걸리지만 이날처럼 아이들이 많으면 시간을 줄여 운영하기도 한다. 종로구는 6일부터 이화동 혜화동 명륜3가동 골목길 해설을 위해 2기 해설사 16명을 추가로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골목길해설사들은 관광객들에게 역사와 문화에 대해 풍부한 해설을 해주며 동시에 일부 관광객이 조용한 주택가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안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향후 골목길해설사를 동별로 육성해 동네주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골목길 문화를 만들겠다”며 “골목길해설사 사업을 마을 가꾸기 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골목길 해설은 종로구 홈페이지(tour.jongno.go.kr)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무료다. 문의 종로구 관광사업과 02-2148-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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