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이근호-포항 신형민의 유쾌한 수다 “대표팀만 가면…”

남아공 월드컵 엔트리 탈락 동병상련

이근호 “형민이 포항 주장 잘 해낼 것”
신형민 “근호형 20골 이상 기대할게요”

신형민 “대표팀만 가면 안풀려요”
이근호 “나도 마찬가지야∼ ㅋㅋ”

2012시즌 활약을 다짐하고 있는 포항 신형민(왼쪽)과 울산 이근호. 서귀포 ｜ 윤태석 기자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는 현재 적과의 동침 중이다. 두 팀은 나란히 제주 서귀포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연습장은 다르지만 호텔은 같다. 울산이 객실 2층, 포항이 6층을 쓴다. 포항이 울산보다 낮은 층을 쓰고 싶지 않아 6층을 택했을 정도로 물밑 신경전도 치열하다. 공교롭게 두 팀은 3월3일 K리그 개막전에서도 맞붙는다. 울산 공격수 이근호(27)와 포항 미드필더 신형민(26)이 호텔 로비에서 입심 대결을 벌였다.

-학창시절에 서로의 존재를 알았나.(이근호는 부평고, 신형민은 수도공고 출신이다)

이근호(이하 이) : 형민이요? 전혀 몰랐는데. 우리 동계훈련 가서 2번 정도 경기 하지 않았냐?

신형민(이하 신) : 예. 맞아요.

이 : 너흰 우승 몇 번 했냐? 우린 3번 했는데.

신 : (발끈하며) 연습경기에선 우리가 늘 이겼거든요.

- 올 시즌 예상 성적은.

신 : 우리가 1위 할게요. 울산이 2위 하세요.

이 : 우리도 작년보다는 나아져야지. 작년 준우승이니 올해는 우승?

- 울산이 겨울에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했는데.

신 : (이근호를 가리키며) 워낙 잘 하시니까. 그렇게 엄청난 돈을 주고 근호 형을 데려왔겠죠.

이 : 놀리지 마라. 사실 부담 된다. 3년 만에 K리그 복귀인데 전보다 좋은 모습 보여야지.

신 : 들어보니 울산은 요즘 연습경기에서는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이 안 나온다고 하던데요.

이 : (어이없다는 듯) 연습경기 1번 했거든.

-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이 : 저는 작년에 15골을 넣었으니 그보다 나은 20골이 목표에요.

신 : 20골이라…. 타 팀 경계가 만만치 않을 텐데…. 충분히 능력 있는 선배시니 주변에서 잘 도와주면 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이근호에게) 신형민이 팀 주장이 됐다. 잘 할 것 같나.

이 : 주장이 됐다는 건 실력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신뢰도 크단 이야기잖아요. 잘 할 겁니다. 선배에게 꼬박꼬박 말대꾸하며 인터뷰도 이렇게 잘 하는데요.

신 : 아, 왜 그러십니까.

- 개막전 예상 스코어는.

신 : 우리 홈이니까 2-1이요.

이 : 우리가 이긴다는 거냐? 고맙다(웃음) 전 예상하는 거 싫어해요. 뚜껑을 열어봐야지 알죠.

포항 신형민(왼쪽)과 울산 이근호는 2010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함께 탈락하는 등 대표팀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K리그 활약을 발판으로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스포츠동아DB

-아픈 기억이지만 2년 전 최종명단 탈락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어떤 말을 했나.(이근호와 신형민 모두 월드컵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직전 26명 중 3명이 최종명단에 들지 못했는데 두 선수가 거기에 포함됐었다.)

이 : 글쎄요. 워낙 충격이 커서. 분명히 무슨 말을 하기는 했을 텐데….

신 : 전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이 : 그러냐? 난 다 생각난다.

-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아직 상처가 있는 것 같다.

이 : 상처라기보다는. 뭔가를 좀 제대로 보여주고 난 다음에 예전 이야기 회상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분명 대표팀에 대한 욕심도 있을 텐데.

이 : 꼭 대표팀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제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기간인 것 같아요. 거기에 신경 쓰고 있어요.

신 : 늘 대표팀 갖다오면 아쉬움이 있었어요. 소속 팀에서 보다 많이 보여주지 못했고요. 불러주신다면 감독님 스타일에 맞춰 열심히 해 볼 생각입니다.

- (이근호에게) 대표팀만 가면 많이 보여주지 못한다는 후배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이 : 저도 요 근래에 대표팀만 가면 딴 사람이 됐던 사람인데….(웃음) 형민아 나 말고 다른 롤 모델을 찾아라.

- (이근호에게) 사실 조광래 감독 경질 직전 마지막 원정이었던 두바이-레바논 원정 때는 컨디션이 많이 살아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감독 교체가 아쉬웠을 것도 같은데.

이 : 제 복이죠 뭐. 형민에게 한 마디 한다면 욕심을 버리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저도 남아공월드컵 이후 뭔가를 막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소속 팀이랑 대표팀의 제가 다르더라고요.

서귀포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