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이 한창인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스포츠콤플렉스 실내연습장. 두산 김진욱 감독이 야수들의 야간훈련을 둘러보다 탄성을 내질렀다. 이날 임파선이 부어올라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던 손시헌이 “무조건 쉬라”는 김 감독의 간곡한 요청에도 방망이를 들고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건강이 최우선이기에 일단 만류했지만 그의 열의는 사령탑으로서 내심 흐뭇한 모양이었다. 목소리에는 걱정과 뿌듯함이 묘하게 섞여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아프면 쉬라고, 쉬라고 말해도 나와서 방망이를 한 번 더 휘두르려고 한다”며 “걱정은 되는데 감독으로서 참 고맙고 든든하다. 내가 할 일은 ‘잘 한다’며 선수들을 격려해주는 일밖에 없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캠프를 떠나기 전, 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부상병들의 회복 여부’였다. 두산은 지난 시즌 이종욱 임재철 손시헌 김동주 최준석 등 주전선수들의 줄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김선우 이용찬 정재훈 등 주축투수들도 통증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고, 임태훈은 시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아프면 무의미한 법. 김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무조건 아프지 마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였다. 아직 훈련과 재활을 병행해야 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팀 전체로 봤을 때도 그렇고 선수 개개인의 페이스가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부상병들이 정상에 가깝게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걱정했던 것보다 상황이 좋아 안심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좋다. 고참들이 솔선수범해 구슬땀을 흘리고 후배들이 그 뒤를 따르는 덕분이다. 김 감독은 “(손)시헌이가 몸이 안 좋은데도 나와서 배팅훈련을 하고 (이)종욱이, (임)재철이가 공격적으로 베이스러닝을 해 다른 선수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부분이 우리 팀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시헌은 “감독님이 오시면서 예전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하고 있지만 선수들의 의욕은 더 높아졌다”며 “감독님은 ‘참다가 상처가 곪는 것보다 빨리 조치를 취해 부상에서 벗어나는 게 팀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주의라 조금만 안 좋으면 쉬라고 하신다. 오히려 선수들이 더 해야만 할 것 같아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캠프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