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데뷔 10년 임동혁, 러시아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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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전국 11개 도시서 차이콥스키 등 연주

임동혁은 “혼자 오래 살다 보니 사먹는 음식이 싫어서 살림꾼이 다 됐다. 한식은 정말 잘한다”고 했다. 크레디아 제공
임동혁은 “혼자 오래 살다 보니 사먹는 음식이 싫어서 살림꾼이 다 됐다. 한식은 정말 잘한다”고 했다.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임동혁(28)이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에서 전화를 받은 시간은 자정이 조금 지나서였다. 줄리아드음악원 연습실에서 연습을 마치고 막 귀가한 참이라고 했다. 올해 데뷔 10년. 이를 기념해 11일∼3월 2일 서울 성남 고양 대구 광주 등 11개 도시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매일 6∼7시간씩 연습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미리미리 좀 해둘 걸’ 하고 후회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한국 무대에서 나름 흔들림 없는 무대를 보여드렸다고 생각하는데 이번만큼은 더욱더 욕심이 나거든요.”

레퍼토리는 차이콥스키의 ‘사계’와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 그에게 음악의 기초를 다져준 러시아의 정취가 물씬 담긴 곡을 골랐다. 그는 열 살 때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 들어가 5년간 공부했다.

“‘사계’ 12곡 중에서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친 6, 10, 12월 세 곡 빼고는 무대에서 처음 연주하는 곡이에요. 러시아 시골 풍경이 곳곳에 등장하는 소박한 작품이지요. 이와 달리 라흐마니노프 2번은 숨 막힐 듯한 클라이맥스가 이어지는 어려운 곡이지만 가슴으로 노래하는 작품이라 저와 잘 맞아요.”

그는 2003년 퀸엘리자베스(3위·판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수상 거부), 2005년 쇼팽(3위), 2007년 차이콥스키(1위 없는 공동 4위) 등의 콩쿠르에서 이름을 알렸고 연주회마다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닌 스타 연주자다. 데뷔 10주년에 대해 “스스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면서 덤덤히 말을 이어갔다.

“10년 전에는 무척 열심이었어요. 그때는 피아노밖에 몰랐어요. 돌이켜 보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많은 걸 희생하기도 했어요. 친구와 제대로 대화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중간에 피아노를 확 놓아버린 일은 정말 후회해요. 연습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 치는 지경에 이르렀거든요. 나에게 중간이란 없어요. 엄청 열심히 하거나 엄청 놀거나. 앞으로 10년이 연주자로 계속 남을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열심히 해야죠.”

그는 “만약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다면 또 피아니스트가 되겠지만 자식에게 음악을 시키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그와 피아니스트 조성진(18)이 함께 찜질방에서 찍은 사진이 음악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조성진은 그의 첫 음반을 듣고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임동혁 키드’다.

“하하. 30초 전에도 성진이랑 카톡 했는데…. 동영상으로 성진이 연주를 본 뒤에 친해지고 싶어서 지난해 독주회 때 찾아갔죠.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성)민제도 그렇고, 요즘 애들은 괴물이에요, 괴물. 어쩜 그렇게 연주를 잘하는지. 좌절감을 안겨주죠.(웃음)”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i: 18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10만 원. 1577-5266
#임동혁#피아니스트#차이콥스키#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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