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한승]“석유확보는 안보의 문제”… 유전개발에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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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조한승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한승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즘 주유소에 가기가 겁난다. 뉴스에는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3차 오일쇼크가 오는 것 아니냐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물동량의 45%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매일 매일의 뉴스에 촉각이 곤두선다. 고유가만으로도 힘든데 돈이 있어도 석유를 살 수 없는 상황은 감히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나라는 석유 소비의 55%를 단기적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산업용이 차지하고 있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석유파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석유 수입이 중단되면 우리 경제는 심장마비에 걸린 것처럼 모든 것이 멈출 것이다. 도로의 자동차는 물론이고 공장, 곧 경제가 멈추게 된다. 석유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이런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석유 확보는 기술적인 ‘땅속(under ground)’ 환경과 정치적인 ‘땅밖(above ground)’ 환경에 좌우된다. 중동지역은 아직도 ‘쉬운 석유(easy oil)’가 풍부해 개발비용이 배럴당 10달러 이하일 만큼 땅속 환경이 양호하다. 오죽하면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걷다 보면 석유가 뿜어져 나온다거나 기름 위에 땅이 떠 있다는 우스개가 있겠는가. 하지만 땅밖 환경은 중동국가들이 1970년대 자원 통제를 시작하면서 외국기업들을 내쫓은 이후 아직까지 진출이 녹록지 않다. 반면에 땅속 환경이 열악한 캐나다 오일샌드, 셰일오일과 같은 비(非)전통석유는 땅밖 환경이 양호하다. 이런 아이러니로 인해 현재 많은 석유개발 기업들은 ‘쉽지만 못 가는’ 중동 대신 ‘어렵지만 갈 수 있는’ 비전통석유 개발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나서고 있다.

수년째 이어진 고유가는 석유에 대한 정치의 영향력 확대라는 구도를 더욱 강화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오일달러에 맛을 들인 산유국들은 철저히 ‘갑’의 위치에 군림하면서 자원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거나 관련 인프라 건설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큰손 역할을 하고 있고,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경제원조를 제공하면서 세계 석유자원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이제 시장 논리에 입각한 석유의 확보는 더욱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정적인 석유 확보는 국가의 ‘안보’ 문제가 됐다. 석유 안보를 확보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석유 비축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 석유개발이다. 석유 비축은 단기적으로 석유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공급 중단이나 유가 급등의 충격을 근본적 장기적으로 해소하려면 석유개발이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 해외에서의 석유개발은 국제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석유를 확보할 수 있고, 위기 때 우선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간접비축 효과도 있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또 석유의 중동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여기에다 시추선과 해양플랜트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연관 산업의 발전과 해외 시장개척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석유개발을 통한 에너지 안보 확보에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자원민족주의를 주창하는 여러 산유국과의 유대관계 강화를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석유공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석유개발 기업들이 ‘땅속’에서는 물론이고 ‘땅밖’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금융적 지원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중국의 공격적인 석유 확보정책은 한때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결국 성공적인 전략으로 드러났다. 중국으로부터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석유개발은 산꼭대기에서 해변의 모래알을 분석하는 것과 같이 어려운 분야다. 과거 우리나라는 석유개발 기술과 경험이 크게 부족했으나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수백 개의 석유개발 사업에 참여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수준에는 여전히 미흡한 게 사실이다. 석유개발이 우리나라에서 든든한 산업의 하나로 성장하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에너지 안보를 튼튼히 하려면 정부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우리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여러 정치적 일정을 모두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석유개발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과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 확대가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조한승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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