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팟캐스트 ‘나꼼수’ 출연진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을 응원하려고 여성의 비키니 인증샷을 올리도록 조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나꼼수가 아직까지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는 것도 놀랍지만 대부분의 여성단체가 침묵하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낸 여성단체는 보수 중도 성향의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두 곳뿐이다. 평소 사회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성명서 폭탄’을 터뜨려온 여성단체들이 여성을 성적(性的) 소비 대상으로 취급한 나꼼수를 비판하지 않는 것은 이들의 본질에 의문을 갖게 한다.
한나라당 출신인 강용석 국회의원이 성희롱 발언을 했을 때 여성단체들은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한나라당을 ‘성희롱당’이라며 격렬하게 비판했다. 특히 진보좌파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강 의원 사건과 관련해 여덟 차례나 성명을 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정봉주 비키니’에 대해서는 ‘정 전 의원의 석방에 동의하나 여성이 성적으로 동원되는 방식, 반인권적 시각으로 콘텐츠가 소비되고 유통되는 방식에 반대한다’는 물컹한 트윗 성명으로 끝냈다. 나꼼수가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가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도록 유도한 나꼼수의 행태는 사이비종교 교주와 여신도 관계를 연상시킬 정도로 충격적이고 수준 이하다. 나꼼수 멤버 김용민 씨는 ‘정봉주 의원은 현재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있으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같은 멤버 주진우 씨는 ‘가슴 응원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는 글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이들이야 ‘삼류 저질 방송’을 자처해온 나꼼수답다고 하더라도 이런 중대한 여성 희롱을 못들은 척 고개를 돌려버리는 여성단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움직이는가.
여성단체들이 이 사안을 여성 비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존재 의의를 상실한 것이다. 같은 진보좌파라는 이유로 침묵한다면 지난날의 행적은 위선(僞善)일 뿐이다. 오죽하면 나꼼수를 지지해온 작가 공지영 씨가 “나꼼수의 가슴 시위 사건은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린다”고 했겠는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편 가르기와 이중 잣대에 갇혀버린 여성단체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