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 군부대 빵-가공식품 납품까지 넘보는 대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일 16시 52분


삼립식품, 백령도 군 부대 빵ㆍ가공식품 유통업 시작

재벌과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국내 유명 대기업이 서해 외딴섬 군부대의 빵과 가공식품 납품에까지 손을 뻗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군 부대로부터 식품 유통과 같은 일자리를 제공받으며 기업을 유지해왔지만 당장 밀려날 처지에 놓여있다.

2일 방위사업청과 삼립식품 등에 따르면, 호빵으로 유명한 삼립식품은 지난 1월 백령도에 위치한 모 해병부대의 입찰에 참여했다.

총 14건의 식자재 납품 입찰 가운데 3건에 참여했으며 그 중 1건을 낙찰받았다. 중소기업의 신용등급(통상 B등급)보다 한참 높은 AAA 등급을 앞세워 낙찰을 받는데 성공했다.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 회사는 이달부터 1년간 해당 부대에 햄버거빵 외에 햄버거 패티, 치즈, 햄, 스프 등 가공식품을 납품하게 된다.

그로인해 중소기업 여러 곳이 매출에 타격을 받게 됐다. 연 매출의 80~90%에 달하는 중요한 사업인 만큼, 당장 인건비 주기도 벅찬 처지에 놓이게 된 것.

군 부대 측은 "입찰 절차나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립식품이 기존의 식품 제조업에서 유통업까지 손을 대면서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입찰에 참가한 인천 소재 식품유통업체 대표는 "작년에도 삼립이 빵 납품 입찰에 참여했는데, 올해는 입찰 품목을 확대해 가공식품 납품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백령도 현지의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요즘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생의 가치를 강조하는데 원칙에도 맞지 않고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송원 사무처장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찰에 참가했다고 하더라도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유통을 담당할 수 있는 백령도 현지 또는 인천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림식품은 "중소기업이 적자가 나는 만큼 대기업에서 적자를 감수하려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삼립식품 관계자는 "오랜 시간 걸리는 화물선으로 식자재를 납품받아야 하는 낙도 특성상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폐기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 유통업체들에서 피해를 모조리 떠안아 왔지만 대기업인 우리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다"며 "중소업체들로부터 없는 품목은 납품받기도 하면서 도와가며 영업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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