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또 하나의 모나리자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일 20시 00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는 복제품 또는 위작이 수십 점에 이른다. 그중 원작과 거의 동시에 그려졌고, 원작에 가장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복제품이 발견돼 미술계가 반가워하고 있다. 모나리자는 다빈치의 최고 걸작일 뿐 아니라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다빈치를 몹시 아꼈던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 1세는 1517년 “이제부터 내 곁에서 작품 활동을 하라”며 로마에 있던 65세의 다빈치를 프랑스로 초청했다. 다빈치가 프랑스로 가져간 작품 3점 중 하나가 모나리자였다. 프랑수아 1세는 모나리자를 구입해 퐁텐블로 성에 들여놓았다. 이 성의 예술품수집관 1층의 욕실은 모두 7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모나리자는 휴게실에 걸려 있었다.

▷그 후 모나리자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갤러리, 재무장관의 응접실, 나폴레옹과 조제핀의 침실 등을 옮겨 다니다가 1911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둑맞았다. 도둑은 2년 반 뒤 우연히 붙잡혔고 루브르는 모나리자를 겨우 되찾았다. 전시 도중 한 미치광이가 던진 돌에 맞는 일도 있었다. 숱한 곡절에도 모나리자가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이 비단이나 캔버스가 아니라 포플러 나무판 두 장을 덧대 이은 튼튼한 판재 위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꺼운 방탄유리의 보호를 받고 있다.

▷모나리자는 완성되자마자 단번에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입술 가에 머금은 듯 만 듯,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미소 때문이었다. 이 신비로운 미소는 다빈치가 창안한 ‘스푸마토’ 기법이 만들어 낸 것. 이탈리아어로 ‘연기처럼 증발되다’라는 뜻의 스푸마토는 회화에서 윤곽선을 흐려 윤곽 및 색조의 변화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기법이다.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감정이 달라 보인다.

▷이 미소에 대한 찬사는 동시대의 전기 작가 조르조 바사리의 다빈치 전기에서 처음 나온다. 바사리는 이 책에서 “눈썹은 모공에서 솜털로 시작해 점차 짙어지는 터럭들이 하나하나 솟아나와… 발그레한 작은 콧구멍… 목우물에서 뛰는 맥박”이라고 써 ‘작품을 보지 못한 채 소문만 듣고 책을 썼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번에 발견된 복제품은 원작과는 달리 눈썹도 있고 색조도 밝다. ‘바사리가 이걸 보고 쓴 것’이라는 논란이 일 것 같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