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鐵女 대처총리의 재림… 메릴 스트립 연기 보는 건 벅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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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대처-스트립 가상 대화

겉모습만 닮은 게 아니다. 메릴 스트립은 대처의 말투와 행동, 카리스마까지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극 중 대처가 내각을 휘어잡은 이 장면에서는 스트립의 연기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필라멘트픽쳐스 제공
겉모습만 닮은 게 아니다. 메릴 스트립은 대처의 말투와 행동, 카리스마까지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극 중 대처가 내각을 휘어잡은 이 장면에서는 스트립의 연기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싱크로율 100%다.” “대처의 아바타 같다.”

23일 국내 개봉하는 ‘철의 여인’에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87)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63)에게 쏟아지는 찬사다. 스트립은 이 영화에서 완벽한 영국식 영어 발음과 특수분장에 힘입어 대처가 ‘빙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으로 올해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처 전 총리의 삶을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퇴임 후 치매에 걸린 그가 과거를 회상하는 영화의 설정이 그녀를 희화화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처 전 총리의 친지들은 “그가 아직 살아있는데 영화를 극장에 거는 것은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스트립과 이 작품을 연출한 필리다 로이드 감독의 외신 인터뷰 등을 참조해 대처 전 총리와 ‘대처보다 더 대처처럼’ 변신한 스트립의 가상 문답으로 이 영화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

▽대처=당신과 내가 닮았다고 보는가.

▽스트립=‘반지의 제왕’ 특수분장 팀 덕분에 특히 노년의 당신과 나는 구별이 힘들 정도로 닮았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미국 출신인 나는 영국식 영어 발음을 수도 없이 연습했다. 한 동료 배우가 (내가 연기 연습하는 걸 보고) “눈만 감으면 마거릿이 진짜 여기 있는 것 같아”라고 하자 다른 배우는 “눈을 떠도 여기 있는데”라고 말했다.

▽대처=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

▽스트립=치매에 걸려 죽은 남편 데니스의 환영에 시달리는 대처가 남편의 옷을 정리하기로 결정한 며칠간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대처는 옷을 정리하면서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대처
=나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화의 이야기 구조가 꽤 치밀하다.

▽스트립=영화는 크게 두 개의 천으로 만들어진 옷이라고 볼 수 있다. 그중 하나의 천은 대처의 화려했던 과거와 치매에 걸린 초라한 노년의 시간을 씨줄과 날줄로 교직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엄마인 대처와 ‘철의 여인’으로 불린 정치인 대처의 모습을 비교하며 엮어낸 것이다. ‘맘마미아’로 사랑을 받았던 로이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점이다.

영화에서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으로 묘사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동아일보DB
영화에서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으로 묘사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동아일보DB
▽대처=내가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의 일들(포틀랜드 전쟁, 신자유주의의 번성 등)의 역사적 배경 등에 관한 설명이 상세하지 않다. 박제된 역사를 담았다는 비판도 있는데, 영화의 주제를 뭘로 잡았나.

▽스트립=
이 영화는 정치인 대처와 그의 시대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한 위인이 권력을 향한 여정을 끝낸 뒤 삶과 화해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을 뿐이다. 성취감 가득하던 삶이 갑자기 끝났을 때 마주하는 무상함을 다뤘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에서 익히 봐왔던 주제 아닌가.

▽대처=노년의 병고(病苦)를 과장하고 희화화한 것 아닌가. 좌파 배우인 당신이 우파인 나를 연기하다니….

▽스트립=이전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영화를 찍어갈수록 소신과 원칙의 정치인인 당신에게 매료됐다. 식료품점 주인의 딸에서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으로 우뚝 선 당신의 의지와, 보수당 내에서도 철저히 혼자였지만 당과 내각을 개혁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대처=이 영화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스트립=
서구 최초의 여성 총리인 당신이, 아니 내가 나태한 관료들을 휘어잡는 장면을 꼽고 싶다. 보고서 중 ‘committee’의 ‘t’ 철자 하나를 빼먹은 한 관료를 혼내는 장면은 내가 봐도 대처의 카리스마를 잘 표현했다. 또 노년의 대처가 자서전에 사인하는 일로 소일하다가 문득 세월의 무게를 느끼는 장면의 내 눈빛 연기도 놓치지 마시길.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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