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으며 가장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바로 꽃 소식이다. 본래 꽃은 생물이 가진 원초적 본능 중 하나인 번식의 도구다. 그들의 화려한 모습은 곤충을 비롯한 동물들을 유인해 자신의 번식을 돕게 하려는 전략적 단장이다.
생물은 계절에 따른 환경 변화에 자신의 생활을 맞춘다. 즉 생물계절현상(phenology)을 보이는 것이다. 그중 개화와 같은 번식현상이 가장 뚜렷하다. 생물이 계절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밤과 낮의 길이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낮과 밤의 길이를 광수용체인 피토크롬(phytochrome)으로 인지해 신호를 생성한다. 그 신호가 꽃눈의 분열조직에 전달되면 그것이 자극이 되어 세포가 분열을 시작한다. 분열이 시작되면 세포가 늘어나고 분열된 세포는 생장을 하기 때문에 세포의 수와 크기가 모두 증가하며 조직의 생장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개화를 유발한다.
개화에는 또 저온처리 효과와 온도가 추가적으로 작용한다. 저온 효과는 계절적 기후의 계절 순환을 인지하여 그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식물에 겨울의 효과로 기능한다. 온도는 효소의 반응을 유도하고 활성을 촉진시켜 생장 증가에 기여하며 개화를 조절한다.
봄철에 진행되는 개화 시기를 온도와 연관시켜 보면 밀접한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상호 관계가 있기에 기상학자들은 누적된 정보에 토대를 두고 예측되는 기온 정보에 근거해 봄철의 개화 시기를 산출할 수 있다.
기상청의 개화 기록을 분석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최근 100년간 벚꽃의 개화 시기가 2주가량 빨라졌다. 필자가 서울의 30여 개 장소에서 벚꽃의 개화일을 기록해 비교해 보니 녹지가 크게 부족한 도심과 외곽의 그린벨트지역 간에는 1주 정도의 개화일 차이가 발견됐다. 그리고 복원된 하천을 가진 도심지역과 하천이 없는 도심지역 사이에도 3일 정도의 차이가 확인됐다. 개화일 차이를 기후변화의 진행 정도로 환산해 보니 그린벨트 지역은 도심과 비교해 약 40년, 그리고 하천을 복원한 도심지역은 그렇지 못한 지역과 비교해 17년 정도 기후변화가 지연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런 결과에 근거할 때 풍부한 녹지와 하천을 갖추면 기후변화를 크게 지연시키거나 막을 수 있을 듯하다. 그 효과는 인간이 자연을 배려하여 남겨 둔 그린벨트와 인간의 노력으로 복원한 하천이 발휘하는 기능, 즉 생태계 서비스 기능을 통해 이룬 결과다.
생물이 보이는 계절현상에는 우리가 눈여겨볼 것이 많다. 낮과 밤의 길이는 생물이 계절 변화를 맞출 근거를 제공해 생물이 살아가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도록 돕는다. 생물은 이러한 근거를 공동으로 사용하여 동조현상(synchronization)을 보이며 서로 도움이 되는 삶을 이어간다. 식물은 제때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맞이하며 꿀을 제공하고, 벌과 나비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식물의 수정을 돕고 있다. 봄에 산란을 하는 새는 같은 시기에 알에서 깨어난 곤충 또는 그것의 애벌레를 먹이로 삼아 새끼를 키우고 있다. 이 경우 새는 애벌레를 적당히 잡아먹어 식물이 입게 되는 피해를 조절한다. 또 식물의 열매를 먹고 멀리 이동하며 배설하여 식물들이 새로운 분포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곤충을 적당히 잡아먹음으로써 밀도를 조절해 과밀로부터 오는 피해를 줄여준다. 이처럼 생물이 자연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은 서로에게 베푸는 도움의 연속이어서 평화롭고 조화가 있다. 이 봄에 봄의 전령들로부터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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