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안두해]‘제돌이’ 바다에 잘 적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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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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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두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장
안두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장
서울시가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방사하기로 하면서 야생에서의 생존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돌이의 성공적인 야생 적응을 위해서는 방사하기 전까지 야생성의 회복과 사회 복귀 훈련이 필요하다.

제돌이는 포획된 뒤 3년가량 사육사가 주는 죽은 먹이를 먹고 자랐다. 무엇보다 살아서 빠르게 움직이는 서식지 내의 물고기나 오징어를 직접 잡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서울대공원에서 관리되는 동안은 죽은 먹이와 살아 있는 어류를 동시에 주어 산 먹이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고 이질감을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한다. 돌고래쇼를 위해 하루치 먹이를 50회로 나눠 매우 적은 양씩 주기도 하는데, 앞으로는 먹이 양을 늘리고 먹이의 종류와 크기도 다양화해야 한다. 인간과의 접촉을 점차 줄여 충분히 먹이 사냥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방사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자주 관찰되는 제주도 현지 바다에 순치장을 설치해 제주도 야생 남방큰돌고래 무리와의 상호작용을 살펴야 한다. 원래의 무리에 합류해 같이 살아가야 하므로 무리와의 잦은 만남을 통해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따라서 방사 이후에도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이용해 적응 상태를 파악하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돌고래의 방사가 첫 사례이고 외국에서도 방사 사례가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70마리 이상의 돌고래 방사가 이루어진 바 있으나 방사 이후 서식지 적응에 대한 후속 연구가 거의 없었다. 고래 연구 분야의 권위지인 ‘해양포유류과학(Marine Mammal Science)’에 포획된 지 2년이 지난 큰돌고래 2마리를 일정 기간의 순치를 거쳐 원래의 서식지에 방사한 결과 성공적으로 다시 적응한 사례가 있다. 호주에서는 포획된 지 10년이 지난 개체들과 수족관에서 출생해 야생적응력이 거의 없는 큰돌고래 9마리를 무리하게 방사해 모든 개체가 서식지에 적응을 하지 못한 연구결과도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포획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제돌이가 야생에서 생존하고 서식지에 적응할 확률이 그리 낮지는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방사된 돌고래의 생존율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 서식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의 인간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고 서식지 주변의 소음공해, 급격한 수온 변화, 선박과 어구 등 사소한 외부 요인들이 고래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 및 아열대 해역 연안에 서식하며 회유를 하지 않는 연안 정착성 돌고래다. 국내에는 제주 연안에만 114마리가량이 하나의 개체군을 이뤄 해안으로부터 2km 이내의 얕은 수심에 주로 머무르며 제주 전 연안을 따라 먹이활동과 번식을 한다.

환경의식의 고취와 생태관광의 보편화로 인해 남방큰돌고래가 발견되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이들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지역 홍보수단으로 삼고 있다.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노력을 통해 자원량 감소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면 향후 남방큰돌고래를 관광자원화하여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제돌이 방류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돌고래를 풀어주면 좋은 일이고, 계속 잡아두면 나쁜 일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란이 일어날까 우려된다. 아직 우리나라는 고래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 남방큰돌고래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돌고래를 불법으로 포획하여 전시 관람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야생에 개체수가 많은 고래류는 전시 관람을 통한 교육과 연구활동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 또한 사회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안두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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