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는 격언이 있다. 근대 세계사를 보자. 소위 힘깨나 쓰던 나라는 세계의 바다를 장악하고 해상무역으로 부를 축적했다. 국력의 서열은 바다의 힘, 즉 해양력에 따라 결정됐다.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래학자들은 인류의 미래가 바다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 등의 문제에 직면하면서 바다는 21세기를 이끌어갈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다는 생물자원과 광물자원, 에너지자원, 수자원, 공간자원 등 다양한 자원을 가진 보물창고다. 세상에 이렇게 풍요로운 곳간이 따로 없다. 생물자원은 관리만 잘하면 화수분처럼 절로 채워져 줄어들지 않는다. 해양에는 석유 부존량이 1조6000억 배럴,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메탄하이드레이트가 10조 t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들이 해양 영토를 놓고 다투고 경쟁적으로 해양과학기술 발전에 힘쓰는 이유다.
미국은 우즈홀해양연구소와 스크립스해양연구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를 운영하며 해양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도 수심 최대 65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심해유인잠수정 ‘신카이6500’ 등을 활용해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국 역시 7000m급 심해유인잠수정 ‘자오룽’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해양대국 반열에 오르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해양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고 3면이 바다라 해양 연구와 개발을 통한 해양영토 확보가 중요한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역시 한국해양연구원을 필두로 해양 에너지와 자원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3월 남서태평양 통가왕국의 배타적경제수역 내에 약 2만4000km² 면적의 해저열수광상 독점 탐사광구를 확보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피지공화국에서 여의도 면적의 350배에 이르는 독점 탐사광구를 획득했다. 이곳의 열수광상 개발을 통해 우리는 금, 은, 구리, 아연 등 전략금속자원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동북태평양 공해상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에 남한 면적의 75%에 이르는 7만5000km²의 심해저 망간단괴 독점 개발광구를 확보했다. ‘검은 노다지’로 불리는 망간단괴는 망간뿐만 아니라 구리, 니켈, 코발트 등의 금속광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광물 덩어리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심해저광구에는 약 5억1000만 t의 망간단괴가 매장돼 있다. 이는 연간 300만 t씩 100년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금액으로는 150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남극 세종기지와 북극 다산기지, 열대 태평양 미크로네시아공화국에도 해양연구센터를 운영하는 등 전 세계로 연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인 ‘천리안’을 쏘아 올려 해양과 기후 연구에 활용하고 있으며 조력발전과 조류발전 등 해양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깊은 바닷속처럼 멀기만 하다. ‘2020년 세계 5대 해양강국’이라는 목표에 걸맞게 국제적 수준의 해양연구 수행 능력 배양, 장기적인 해양과학기술 발전 계획 수립, 그리고 우수한 해양 전문가 양성 등 선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5월에는 여수에서 해양을 주제로 세계박람회가 열리고, 7월에는 한국해양연구원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으로 새롭게 출범하며, 국립해양박물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해양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 진정한 해양강국으로의 발전을 위해 바다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해 보자. 좁은 국토를 넓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해양과학기술 발전으로 해양 경제영토를 넓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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