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두 번의 결혼식… ‘커밍아웃’ 감독이 발랄하게 그려낸 우리 시대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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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동성애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청년필름 제공
동성애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청년필름 제공
남녀 구별이 명확한 유교적 전통이 깊은 한국에서 동성애는 맷돌 하나를 달아놓은 듯 무거운 단어다. 그래서 한국 퀴어 무비(동성애 영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박재호 감독의 ‘내일로 흐르는 강’(1996년)으로 시작해 이 장르 영화들은 진지하거나 애절했다. ‘로드무비’(2002년)나 ‘쌍화점’(2008년)처럼.

21일 개봉하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홍보문구에는 이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라고 적혀 있다. 이 문구처럼 영화는 한국에서 아직은 쉬쉬하는 동성애 커플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발랄하게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다.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이 민수(김동윤)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 같은 병원 동료 의사인 두 사람은 서로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잠시 위장결혼을 감행한다. 밖에서는 완벽한 부부 같은 두 사람은 숨겨둔 각자의 애인과 이중 결혼 생활을 즐긴다. 그러던 중 병원 직원 누군가가 효진이 레즈비언임을 알아낸다.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던 김조광수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동성애에 대한 묘사가 꽤나 디테일하다. ‘우정박’(애인이 아닌 동성 친구 간의 진한 스킨십), ‘박을 타다’(성관계의 속어) 등 동성애자만이 알 수 있는 용어도 극의 리얼리티를 더한다.

그래도 이성애자인 관객이 즐기기에 무리는 없다. ‘15세 관람가’ 등급이 말하듯 영화에 거부감을 일으킬 정도의 동성애 묘사는 없다. ‘언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동성애자 커플을 연기한 박정표 최신재 등 조연들의 연기도 볼거리. 특히 지난해 ‘최종병기 활’에서 변발의 만주족 장수로 나와 남성성을 한껏 뽐냈던 이승준의 동성애자 연기를 놓치지 마시길….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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