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단추 하나 풀지 않는 ‘섹스 코미디’… 히스테리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야한 장면 하나 없지만 ‘쾌감’이 있는 영화 ‘히스테리아’. 예지림엔터테인먼트 제공
야한 장면 하나 없지만 ‘쾌감’이 있는 영화 ‘히스테리아’. 예지림엔터테인먼트 제공
‘히스테리아’(23일 개봉)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여성용 바이브레이터의 탄생 실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섹스 코미디’라는 수식어를 보고 야한 뭔가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은 관객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단추 푸는 장면 하나 없는 이 영화에는 그 대신 남성 관객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양성 평등의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1880년대 영국 런던. 여성의 절반이 히스테리아에 걸렸다고 믿었던 시절이다. 초기 증상은 우울증과 섹스중독 등으로 나타났다. 심하면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했다. 세균의 존재를 믿는 젊은 의사 모티머(휴 댄시)는 히스테리아 전문병원으로 이직한다. 성적 불만족이 히스테리아의 원인이라고 여기는 병원장은 귀부인들에게 ‘환희’를 선사하는 치료로 인기가 높다. 모티머도 그의 ‘비법’을 전수받아 귀부인들을 치료하는 데 열중한다. 그러던 중 손에 마비가 생긴다.

모티머는 원장의 작은딸 에밀리(펠리시티 존스)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점차 큰딸 샬럿(메기 질렌할)에게 끌린다. 샬롯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신여성이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일이 결혼보다 중요하다며 아버지 병원의 상속도 거부한다.

당시 여성의 육체적 쾌락은 사회적 금기였다. 영화는 바이브레이터의 탄생 과정을 통해 금기를 유쾌하게 비튼다. 탄탄한 이야기와 재미있는 설정이 노출 장면 없이도 재미를 준다. 할리우드 스타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로 더 잘 알려진 메기 질렌할과 휴 댄시는 고전영화 팬들이 좋아하는 절도 있고 힘 있는 연기를 펼친다. 여성 감독 타니아 웩슬러가 메가폰을 잡았다.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히스테리아#섹스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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