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판타지와 결합한 풋풋한 감성에 뭉클… ‘늑대아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1일 03시 00분


판타지와 감성의 뛰어난 이중주를 선보이는 ‘늑대아이’. 미디어데이 제공
판타지와 감성의 뛰어난 이중주를 선보이는 ‘늑대아이’. 미디어데이 제공
‘늑대아이’(9월 13일 개봉)는 2006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일본 차세대 애니메이션의 선두주자로 불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다. 호소다 감독은 이번 영화로 그에 관한 찬사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평범한 여대생 하나는 우연히 강의실에서 우수에 찬 눈빛의 남자 ‘그’를 만난다. 정식 학생이 아니라는 그는 묘한 매력으로 모범생 하나를 끌어당긴다. 연인이 된 하나에게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는다. 자신은 늑대인간이라는 것.

늑대인간과 결혼해 남매를 낳은 하나 앞에 시련이 닥친다. ‘그’가 아이들이 먹을 것을 사냥하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늑대인간으로 태어난 남매가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자 하나는 산골로 이사를 간다.

영화는 남매가 시골로 이사한 이후부터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시골 사람들의 훈훈한 인심과 배려 덕에 아이들은 늑대의 정체성을 접어둔 채 인간의 가슴을 닮아간다. 꽃잎 하나까지 세세하게 수놓은 그림과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영화가 주는 큰 미덕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환상적 리얼리즘’이다. 늑대와 인간의 사랑, 늑대의 몸과 인간의 마음을 가진 남매의 이야기가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반면 학교 도서관, 시골집, 마을 풍경 등은 일본의 실제 생활상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환상과 현실을 꿰맨 흔적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 붙여 이야기를 만들어낸 솜씨가 능숙하다. 판타지와 풋풋한 감성을 결합해 남녀 관객 모두를 유혹한다.

성장 드라마로도 손색이 없다. 도시를 떠나 산속으로 향한 부모의 선택과 두 개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며 커가는 남매의 모습에 눈길이 간다.

호소다 감독은 1998년 ‘은하철도 999’의 수석 애니메이터로 활약했다. 이후 ‘디지몬 어드벤처’(1999년), ‘원피스: 오마쓰리 남작과 비밀의 섬’(2005년) 등을 연출하며 차세대 간판으로 떠올랐다. 국내서도 마니아를 양산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당시 각국 23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전체 관람가.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늑대아이#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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