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호랑이와 함께 망망대해 조난… 잡아먹힐까 아니면 공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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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1월 3일 개봉 리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

소년과 맞서다가 점차 친구가 되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표정 연기가 볼 만하다. 파커의 털을 표현하는 데만 컴퓨터그래픽디자이너 15명이 참여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소년과 맞서다가 점차 친구가 되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표정 연기가 볼 만하다. 파커의 털을 표현하는 데만 컴퓨터그래픽디자이너 15명이 참여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2002년 캐나다 작가 얀 마텔에게 부커상을 안긴 소설 ‘파이 이야기’(원제 Life of Pi)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몇 가지 우려가 들었다. 소설 속 폭풍우와 날치 떼 등 망망대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실감나게 그려낼 수 있겠느냐는 기술적인 문제가 그 하나였다. ‘소년과 호랑이가 쪽배에서 단둘이 지낸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영화 소재로 적합한가, 자칫 지루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내달 3일 개봉하는 리안(李安)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화려하고, 깊이 있고, 또 재밌다.

○ 캐머런 “3D 패러다임 깼다”

이야기의 기둥은 소설과 같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소년 파이(수라즈 샤르마)의 가족은 정부 지원금이 끊기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동물을 실은 배가 폭풍우에 침몰하고 구명선에는 파이와 하이에나, 오랑우탄, 다리를 다친 얼룩말만이 살아남는다. 하이에나가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해치운 뒤 보트에 숨어있던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나타난다. 결국 보트에 둘만 살아남은 파이와 호랑이는 서로를 견제하고 의지하며 227일간 바다를 떠돈다.

리안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5년) ‘와호장룡’(2000년)이 그렇듯 이 영화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 중 하나는 화려한 영상미다. 태평양을 헤쳐 가는 파이의 쪽배는 다양한 바다생물과 마주친다. 밤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해파리떼,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날치떼, 공중으로 점프하는 고래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몽환적이고 동화 같은 장면들이 수놓아진다.

○ 내년 아카데미 돌풍 가능성

3차원(3D) 효과가 더해진 영상은 어떤 영화보다도 실감난다. 파이 가족이 탄 배가 난파하는 장면과 파이의 쪽배가 마주치는 폭풍우 장면은 화면 너머로 바닷물이 쏟아질 것처럼 생생하다. 이 장면들은 대만 서북부 타이중의 길이 70m, 너비 30m, 깊이 4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 수조에서 촬영했다. 송풍기 12개가 진짜 같은 파도를 만들어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3D의 패러다임을 깨부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맥스 등 큰 화면으로 볼 것을 권한다.

원작은 서로를 배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있어서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그려내고 신의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이런 종교적 철학적 메시지를 영화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낸 것은 “역시 리안”이라는 찬사를 들을 만하다. 동양적 정서를 담은 작품들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을 두 번 수상하고 아카데미 감독상(‘브로크백 마운틴’)을 안았던 그의 진가가 이번에도 드러난다.

쿵후 영화(‘와호장룡’), 동성애 영화(‘브로크백 마운틴’), 치정극(‘색, 계’) 등 소재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리안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내년 아카데미는 이 영화와 감독에게 몇 개의 트로피를 안길까. 전체 관람가.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라이프 오브 파이#얀 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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