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맨몸보다 더 뜨거운 그녀의 마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세션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육체를 묘사하고 있지만 정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영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헬렌 헌트의 노련한 ‘리드’가 관객의 마음을 달래 준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육체를 묘사하고 있지만 정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영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헬렌 헌트의 노련한 ‘리드’가 관객의 마음을 달래 준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헬렌 헌트는 올해로 50세다. 그의 전성기는 아마도 1990년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왓 위민 원트’ ‘캐스트 어웨이’ 등에서 당당한 태도와 지적인 연기로 인기를 끌었다. 1998년 ‘이보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안았다.

젊은 시절 노출 연기를 하지 않은 이 배우가 지천명의 나이에 세월의 더께가 들러붙은 몸을 드러내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 아니었을까. 17일부터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은 헌트의 용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마크(존 호크스)는 얼굴 근육과 입만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 재치 있는 입담과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시인으로 인기가 높은 그의 소원은 총각 딱지를 떼는 것이다. 그의 도우미 여성들은 호감을 보이지만 그와의 사랑은 ‘노’다. 그가 고민 상담을 위해 찾아간 이는 그와 똑같이 첫 경험이 없는 신부(윌리엄 메이시). 신부는 ‘주를 모시는 사람이 간음을 알선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 속에서도 마크에게 섹스 세러피스트(치료사)를 소개한다.

여성과의 잠자리에 두려움을 가진 마크에게 섹스 세러피스트 셰릴(헬렌 헌트)은 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경직된 몸을 풀어준다. 셰릴의 따뜻한 ‘몸’과 ‘마음’ 덕분에 마크는 다른 여성과 성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헌트의 연기는 깊이 있고 노련하다. “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여성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싶다”는 장애인을 보는 셰릴의 눈빛에는 어떤 선입견도, 두려움도 없다. 극중 치료사의 용기와 힘든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헌트의 용기가 접점을 이뤄 스크린에서 빛을 발한다. 화면에 비친 그의 나신은 젊은 배우의 그것만큼 매끄럽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그의 연기는 황홀하다.

영화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를 수석 졸업하고 시인 겸 잡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마크 오브라이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평생을 누워서 지냈지만 “우리도 보통의 한 인간일 뿐”이라는 모토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였다. 1999년 49세로 세상을 떴다.

지체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다뤘던 한국 영화 ‘섹스 볼란티어’(2009년)와 닮았다. ‘섹스…’는 장애인에 대한 성적 자원봉사를 소재로 다뤘다. 문소리 설경구 주연의 ‘오아시스’(2002년), 지난해 개봉했던 ‘숨’과도 맥이 닿는 작품이다.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관객상,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와 필라델피아 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세션#헬렌 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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