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속 터지는 커플, 춤에 꽂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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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31일 03시 00분


아카데미상 8개 부문 후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힐링’이 대세인 시대에 제대로 치료가 필요한 커플의 연애담을 담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누리픽쳐스 제공
‘힐링’이 대세인 시대에 제대로 치료가 필요한 커플의 연애담을 담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누리픽쳐스 제공
데이비드 러셀 감독은 ‘문제아 영화’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는 ‘파이터’(2010년)에서 약물에 찌든 트레이너 형과 한물 간 복서 동생이 상처를 딛고 챔피언이 되는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멋쟁이 ‘배트맨’ 크리스천 베일을 발음 새고 어깨 구부정한 ‘찌질이’ 트레이너 형으로 변신시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안겼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뭔가를 이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미국 관객의 취향에 ‘딱’이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다음 달 14일 개봉)은 러셀 감독의 장기가 그대로 드러난 영화다. 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들은 모두 ‘목불인견(目不忍見)급’이다.

먼저 남자.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불륜남과 아내를 손본다. 폭행죄로 정신병원과 교도소에 갇혔던 펫(브래들리 쿠퍼)은 집으로 돌아오지만 도통 감정 통제가 안 된다. 오전 3시에 결혼식 비디오가 보이지 않는다고 부모를 깨우고 집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무엇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직장도 없이 빈둥빈둥. 조울증과 망상증이 그의 유일한 ‘장기’다. 스포츠 도박이 취미인 펫의 아버지(로버트 드니로)도 집안의 골칫거리다.

여자도 만만치 않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자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는 외롭다며 회사 동료 12명과 잔다. 직장을 잃고 부모 집에 얹혀살기로 작정한 티파니. 처음 만난 펫에게 잠자리를 함께하자며 당당하게 말하지만 돌아오는 건 퇴짜뿐이다. 조깅하는 펫을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자존심도 없는 여자의 자산은 외로움이 전부다.

두 남녀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의학이 아니라 춤이다. 티파니는 펫에게 파트너가 돼 춤 경연에 함께 나가자고 요청한다. 남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춤에 몰두한다. 속 터지게 만드는 이 한심한 커플의 찌질한 로맨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이 영화는 남우,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아카데미상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제니퍼 로렌스는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뮤지컬 코미디부문 여우주연상을 타며 수상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엑스 맨’ 시리즈와 ‘헝거게임’ 등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하며 빅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의 깊이 있는 연기 변신에 다음 달 24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가 주어질지 주목할 일이다.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데이비드 러셀#실버라이닝 플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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