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선 기자의 영화와 영원히]작품의 맛 살리는 후추같은 조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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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9일 03시 00분


‘신세계’ 연변거지들 - ‘파파로티’ 교사들
천연덕스러운 언행에 실제인물로 착각

조연이 없으면 재미도 없다. ‘연애의 온도’에서 박계장을 연기한 이강현(왼쪽 사진), ‘신세계’의 연변거지들로 나온 김병옥 우정국 박인수(가운데 사진 왼쪽부터). ‘파파로티’의 교사 커플 이도연(오른쪽)과 이상훈. 롯데엔터테인먼트·뉴·쇼박스 제공
조연이 없으면 재미도 없다. ‘연애의 온도’에서 박계장을 연기한 이강현(왼쪽 사진), ‘신세계’의 연변거지들로 나온 김병옥 우정국 박인수(가운데 사진 왼쪽부터). ‘파파로티’의 교사 커플 이도연(오른쪽)과 이상훈. 롯데엔터테인먼트·뉴·쇼박스 제공
아무리 톱스타를 써도 안 되는 게 영화다. 선남선녀 주인공의 연기가 좋아도 조연의 맛이 없으면 흥행도 없다. 지난해 ‘건축학개론’의 납뜩이가 이런 대표적인 사례. 최근 영화들에서도 작품의 맛을 살린 후추 같은 조연들이 있다. 오달수 조진웅 김정태처럼 이미 익숙해진 조연들과는 색다른, 신선한 얼굴들이 반갑다.

황정민 이정재 최민식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캐스팅이 빛나는 ‘신세계’. 기가 센 세 배우가 엮어가는 하드보일드 스릴러에서 맥이 탁 풀리는 장면이 있다. 바로 연변거지들의 등장이다. 강과장(최민식)의 협박을 받은 정청(황정민)이 전화로 ‘연변거지들’을 요청할 때, 그들이 누굴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연변거지들은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 공항 게이트를 멋지게 걸어 나올 것을 예상했는데 허름한 여객선 대합실을 나오는 이들. 촌스러운 옷과 머리를 한 부하에게 대장은 “두리번거리지 말라우”라고 말한다. 정청이 과연 이들을 어디에 쓸까, 생각하는 순간 정체가 밝혀진다. 세상에 청부살인업자라니….

이들이 주는 재미는 의외성이다. 꾀죄죄한 몰골 때문에 택시 운전사로부터 “돈은 있지?”라고 핀잔을 듣는 이들. 하지만 이들이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을 능숙하게 난사하는 모습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묘한 쾌감이 든다.

연변거지들 중 얼굴이 알려진 배우는 김병옥 정도. ‘친절한 금자씨’에서 출소한 금자(이영애)에게 두부를 권했다가 그 유명한 대사 “너나 잘하세요”라는 핀잔을 듣던 그 배우다.

‘파파로티’에 나오는 영어교사(이도연)와 학생주임(이상훈) 커플의 난감한 외모는 참으로 신선하다. 이런 얼굴을 어디에서 구했을까 싶다.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를 외쳤던 배우 박노식(백광호)을 봤을 때처럼 배우가 아니라 진짜 교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키스하려다 교장에게 들켜 (어색한 분위기 반전을 위해) 상대 얼굴에 ‘쭈쭈바’를 던지는 장면을 놓치지 말기를. 이도연은 이번이 첫 영화 출연이고 연극배우 출신인 이상훈은 최근 케이블채널 tvN의 코미디프로 ‘SNL코리아’에서 개그 본능을 뽐내고 있다.

‘연애의 온도’에 나오는 박계장(이강현)도 실제 은행원이 아닐까 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연기가 자연스럽다. 직장 선배인 동희(이민기)를 유독 따르는 박계장은 우리 곁에 누구나 한 명쯤 있을 것 같은 직장 후배의 모습 그대로다. 아픈 선배보다 새로 뽑은 차의 시트 비닐이 벗겨진 것을 마음 아파하는 소심한 직장인. 한없이 어려보이는 연극배우 출신 이강현. 그는 극중 김민희에게 누나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김민희보다 세 살 많은 서른넷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조연#흥행#신세계#연변거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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