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중년 부부의 ‘꺼진불 다시 지피기’… 28일 개봉 ‘호프 스프링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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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2일 03시 00분


“손이라도 잡고 잘까요.” “왜 이래.” ‘호프 스프링즈’는 중년 부부의 사랑 되찾기를 유쾌하고 섬세하게 그렸다. 데이지 제공
“손이라도 잡고 잘까요.” “왜 이래.” ‘호프 스프링즈’는 중년 부부의 사랑 되찾기를 유쾌하고 섬세하게 그렸다. 데이지 제공
‘철의 여인’에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를 연기했던 메릴 스트립. 노예제 폐지라는 신념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미국 공화당 급진파 의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링컨’의 토미 리 존스. 두 베테랑 배우가 부부로 만났다.

‘호프 스프링즈’(28일 개봉)는 둘의 연기 맛이 제대로 곰삭은 영화다. 결혼 30년 차 부부인 남편 아널드와 아내 케이는 각방을 쓰고 신체 접촉도 전혀 없다. 하숙생과 다를 게 없는 무뚝뚝한 남편과 달리 케이는 소녀 같다. 식어 버린 남편과의 사랑을 되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케이는 거액의 상담료를 지불하고 성 클리닉에 등록한다. “돈을 어디다 쓰는 거냐”며 화를 내던 아널드도 마지못해 상담소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마지막 잠자리는?” “성적 환상은 뭔가요?” 하지만 성 상담 전문가의 도발적인 질문에 보수적인 아널드는 안절부절못하고 화만 낸다. “껴안고 자라” 등 전문가가 매일 내주는 숙제도 못마땅하다. “30년을 살았으면 됐지, 그럼 우리가 가짜 부부야?” 과연 두 사람은 상담 기간 일주일 동안 신혼 같은 달콤함을 회복할 수 있을까.

꼬장꼬장하고 가부장적인 남편을 실감나게 보여 준 존스의 연기는 명불허전. 세상살이에 도통하고 아내에게는 군림하지만, 애정 표현에는 어린애같이 소심하기만 한 남자. 그가 그려 낸 남성상은 한국 중년 남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에는 항상 ‘지성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미국 하버드대를 다닐 때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룸메이트였다. 1993년 ‘도망자’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스트립 연기의 장점은 캐릭터의 미묘한 특징을 제대로 잡아낸다는 것이다. 그는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조용조용하게 말하는 말투와 다소곳한 걸음걸이로 캐릭터에 빙의된 느낌이다.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사랑을 되찾고 싶다”는 말도 못하는 소심한 주부의 모습 그대로다. ‘맘마미아’ 등에서 보여 준 기가 세고 당찬 현대 여성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싶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년) ‘소피의 선택’(1982년) ‘철의 여인’(2012년)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거머쥔 이유는 이 영화만 봐도 알 것 같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던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의 작품.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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