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경기장 꽉 메운 팬들 ‘울분의 도가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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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월드컵 8회 연속 진출]

팬들은 어이가 없는 듯 한동안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한국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대업을 이뤘지만 홈에서 난적 이란에 어이없는 수비 실책으로 골을 내주고 0-1로 패배한 것에 실망스러운 표정이었다. 축제가 돼야 할 경기가 완전 울분을 토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경기장 밖은 관중의 입장 행렬로 인해 길게는 100m 정도의 줄을 만들며 입장했다. 울산 시내의 도로는 경기장으로 향하는 자동차들로 인해 가득 막혔다. 이날 4만2243명의 관중이 찾아 만석이 됐다.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는데 참담한 패배라니….

2001년 문수경기장 개장 이후 첫 A매치 만석이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날 입장권은 모두 매진됐다. 온라인 판매분이 일찌감치 동난 것은 물론이고 1700여 장의 현장 티켓도 판매 2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줄을 서던 일부 시민들은 표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번 경기에 팬들의 관심이 커진 이유는 울산에서 9년 만에 열리는 A매치인 점도 있지만 이란전에서 지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팬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2004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몰디브전에 그해 가장 많은 6만2441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한국은 몰디브전에서 비기거나 패할 경우 월드컵 본선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팬들의 응원 덕분에 한국은 2-0으로 이기며 위기를 극복했다. 이날 4만2243명의 관중은 90분 내내 쉬지 않고 열띤 응원을 보냈지만 0-1 패배란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팬들은 대한축구협회가 일찌감치 김칫국을 마시며 준비한 ‘월드컵 8회 연속 진출 기념행사’를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울산=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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