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컨저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실화 바탕 심령물… 뛰어난 짜임새 뻔하지 않아

공포영화 ‘쏘우’ 시리즈로 인기를 모은 제임스 완 감독의 신작 ‘컨저링’. 워너브러더스 제공
공포영화 ‘쏘우’ 시리즈로 인기를 모은 제임스 완 감독의 신작 ‘컨저링’. 워너브러더스 제공
“여름 다 지났는데 웬 공포영화?”라고 말할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컨저링(The Conjuring)’은 공포영화에 관심 있는 관객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영화다. 연출자는 공포영화 ‘쏘우’ 시리즈로 마니아를 양산했던 말레이시아 출신 제임스 완 감독이다. ‘쏘우’를 통해 색다른 공포를 선보인 완 감독은 이번에도 남다른 재주를 뽐낸다.

올여름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컨저링’은 현지에서 1억3500만 달러(약 1465억 원)가 넘는 흥행수익을 올리며 대박을 냈다. 한국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해당하는 R등급 공포영화의 개봉 첫 주말 흥행 기록도 갈아 치웠다.

믿고 싶지 않지만, 아니 믿을 수 없지만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71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해리스빌 마을.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는 트럭 운전사 에드(패트릭 윌슨)와 그의 아내 로레인(베라 파미가), 그리고 이들의 딸 5명이 오래된 2층 집으로 이사 온다.

이사 온 첫날 밤부터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발을 잡아당기고, 애완견은 이유 없이 죽는다. 우연히 발견한 지하실은 이상한 소리가 가득하다. 부부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페론 부부에게 이 일을 들려주며 도움을 청한다.

영화는 서양 공포영화에서 뻔하게 다루는 엑소시즘(악령 퇴치)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의 짜임새가 뛰어나 뻔한 느낌이 없다. 페론 부부가 카메라나 적외선 탐지기 같은 과학 장비를 동원해 악령의 존재를 밝혀 나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줘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인다.

극의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솜씨와 놀라게 하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귀신이 이때쯤 나오겠지’ 하는 예상은 번번이 빗나간다. 공포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깜짝 놀라게 하는 것. 이런 점에서 영화는 티켓 값을 톡톡히 한다. 112분. 우리가 폭력성엔 상대적으로 관대한 걸까. ‘15세 이상’ 등급을 받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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