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깔끔한 연출-화산폭발 CG효과 압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폼페이: 최후의 날’

20일 개봉한 ‘폼페이: 최후의 날’의 두 주인공 키트 해링턴과 에밀리 브라우닝. 데이지 제공
20일 개봉한 ‘폼페이: 최후의 날’의 두 주인공 키트 해링턴과 에밀리 브라우닝. 데이지 제공
신인 감독들이 선배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 “촬영은 촬영감독이, 미술은 미술감독이, 연기는 배우가 하는데, 감독이 하는 일은 뭔가요.”

이럴 때 선배 감독들은 이렇게 답한다. 영화의 묘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감독의 임무라고.

20일 개봉한 ‘폼페이: 최후의 날’은 이런 점에서 감독의 책무를 다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메가폰을 잡은 폴 앤더슨 감독은 베수비오 화산 폭발 장면의 장대함과 비극적 사랑의 애절함을 교묘하게 직조해 감정 선이 살아있는 오락 영화를 만들었다. 앤더슨 감독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연출했으며 배우 밀라 요보비치의 남편이다.

어릴 때 로마군에게 가족을 모두 잃은 켈트족 소년 마일로(키트 해링턴)는 노예가 돼 로마로 팔려간다. 우연한 기회에 폼페이 영주의 딸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와 마주친 마일로. 한눈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마일로는 폼페이에서 부모를 죽인 로마 상원의원 코르부스(키퍼 서덜랜드)와 마주친다. 코르부스는 카시아와 강제 결혼을 꿈꾸는 연적이기도 하다. 마일로는 연인을 위해, 부모에 대한 복수를 위해 최후의 전투에 나선다. 마침 이때 베수비오 화산이 분출을 시작한다.

영화의 ‘스펙’은 별로다. 제작비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중급 정도인 1억 달러(약 1065억 원). 유명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하지도 않았다. 이야기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검투사와 콜로세움에서의 마지막 전투는 ‘글래디에이터’나 ‘벤허’에서 봤던 익숙한 설정이다. 천민 청년과 귀족 아가씨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은 ‘타이타닉’에서 충분히 봤다.

하지만 컴퓨터그래픽(CG)이 빚어낸 화산 폭발 장면은 관객을 압도한다. 실제 베수비오 화산 폭발 때 900도가 넘는 뜨거운 바람이 시속 720km로 불었고, 화산재가 도시를 뒤덮었다는 학자들의 연구가 CG로 시각화된다.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고, 해일로 바다가 일어서는 자연재해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가 스크린을 뚫고 나와 객석을 움직인다.

CG와 감독의 연출력 덕분에 주인공 해링턴의 키가 172cm에 불과한 것도, 여주인공 브라우닝의 얼굴이 예쁘지 않은 것도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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