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과학 문명에 던지는 깊고 묵직한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4일 03시 00분


‘트랜센던스’

영화 ‘트랜센던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트랜센던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44)이 심각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으려 했던 ‘인셉션’(2010년)과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이 영화들에서 촬영을 담당했던 월리 피스터 감독(53)이 메가폰을 잡은 ‘트랜센던스’가 14일 개봉한다. ‘트랜센던스’도 ‘인셉션’과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무거운 영화다. 놀런 감독은 이번에는 제작을 맡았다.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은 세미나에서 인류의 지적 능력을 초월하고 자각 능력까지 가진 슈퍼컴퓨터 ‘트랜센던스’를 연구 중이라고 발표한다. 세미나를 마치고 나오던 윌은 반(反)슈퍼컴퓨터 단체 회원에게 저격을 당한다. 윌의 연인이자 동료 과학자인 에벌린(레베카 홀)은 윌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해 그를 살려내려고 한다. 하지만 다른 동료 과학자 맥스(폴 베터니)는 컴퓨터를 즉각 파괴하라고 한다. 에벌린이 컴퓨터를 보호하는 사이 윌의 뇌가 들어있는 컴퓨터는 인터넷에 접속돼 세상을 조종하기 시작한다.

조니 뎁, 모건 프리먼 같은 할리우드 톱스타가 나오는 것만 보면 블록버스터 영화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규모 폭발 장면과 거대 액션신을 기대하고 영화 표를 산다면 적잖이 실망할 것이다. 대신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게 붙드는 매력이 있다.

윌의 뇌를 담은 컴퓨터를 과연 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컴퓨터는 윌과 에벌린이 처음 데이트한 장소, 당시 들었던 음악까지 기억해 낸다. 에벌린이 컴퓨터를 연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무한의 능력을 가진 컴퓨터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사람을 치료하고, 인간을 창조하며, 다른 사람의 몸에 윌의 의식을 담아 조종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할 거리들이 몰려온다. 인간의 뇌는 단백질로 구성된 물질인데, 그 어디에서 의식이 만들어지는 걸까. 육체는 없고 의식만 있는 사람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신이 인간을 만든 것처럼 인간도 인간을 만들 수 있을까. 단 하나의 해답도 주지 않지만, 안겨준 문제 꾸러미의 묵직함만으로도 제값을 톡톡히 하는 영화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나 청소년이 보기에는 너무 어렵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트랜센던스#크리스토퍼놀런#조니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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